국내연구진, 스트레스성 불임 연구 실마리
2015.02.20 08:55
수정 : 2015.02.20 08:56기사원문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과 유사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이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밝혀내, 스트레스가 사람의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은 김영준 교수팀이 포유류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H)와 아미노산 서열이 유사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 Dh44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CRH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시상하부에서 생성, 분비되어 부신피질자극호르몬-코르티졸로 이어지는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며, Dh44는 44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펩타이드 형태의 신경전달물질이다. CRH와 유사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며 각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의 위치 또한 서로 관련이있어, 곤충의 Dh44 수용체가 포유동물의 CRH에 반응하는 것이 확인돼 서로 유사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정자 방출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신호전달과정을 알기 위해 신경전달물질 중 Dh44를 포함한 신경펩타이드 45종의 생성을 억제한 초파리 암컷을 대상으로 교미 후 정자를 방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초파리 암컷은 수컷과의 교미 후 수정을 위한 정자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저장기관에 저장하고 남은 정자, 또는 원치 않는 상대의 정자를 체외로 방출하는 정자 방출 행동을 보인다.
그 결과, Dh44를 억제한 초파리 암컷들은 교미 후 10분 이내에 정자를 모두 방출하고 저장된 정자의 수 또한 감소했다. 반면 나머지 44종의 신경펩타이드를 억제한 초파리들은 정상 초파리와 마찬가지로 정자 저장 후 방출하기까지 약 1~6시간이 걸렸다.
또한 Dh44를 억제한 암컷의 경우 교미 후 낳은 알의 수가 정상 초파리와 비교해 30% 이하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Dh44가 정자 방출 행동을 조절함으로써 생식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김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과 유사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이 초파리의 생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신경 반응과 불임 등 생식 관련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