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줘야"..재해사망보험금 지급 거부 관행에 제동

      2015.02.25 08:22   수정 : 2015.02.25 08:54기사원문
법원이 약관에는 자살한 때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같은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박주연 판사)은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에 따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박씨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박씨 등이 소송을 내자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이 약관도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보험가입 2년 뒤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주장처럼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을 나누는 것은 문언의 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 방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표기상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한 뒤 그동안 자살시 일반보험금만 줘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보험금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보험사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불거졌다.
미지급 보험금을 주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말 기준 미지급 보험금만 2179억여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관행적으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논리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보험업계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삼성생명 측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검토해보겠지만 최종심까지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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