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염색체 이상으로 불임, 그래도 혼인취소 안돼"
2015.03.03 12:29
수정 : 2015.03.03 12:29기사원문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홍모씨(32·여)가 남편인 이모씨(39)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3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상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교사인 홍씨는 2011년 의사인 남편과 전문직 모임에서 만나 결혼했다. 홍씨는 임신을 강력히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불임검사 결과 남편에게 선천적 성염색체 이상과 무정자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남편이 의사인데다가 어린시절 자전거를 타다가 신체적 손상으로 비교기과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는 알게 되자 "남편이 불임사실을 알고서 결혼을 했다"며 혼인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남편 측은 자신도 나중에야 성염색체 이상을 알게 됐다면서 오히려 부인이 자신에게 박대하는 등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혼인 전부터 성기능 장애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결혼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B씨에게 생식불능 증세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취소 사유인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남편이 아내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폭력을 행사는 등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2세의 출산이 중대한 선택요소'였고 남편의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혼인취소 결정을 내렸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