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분식집서 접대하란 말이냐"
재계 반응 "일부 고위층 규제할 법에 서민들까지 포함된 셈"
중소업체는 환영 목소리 '갑을 접대문화' 해소 기회
재계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방향이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접대가 음성적으로 번질 가능성과 내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3일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있을 정도로 추구하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까지 기업들이 진행하던 것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A사 기획전략실장은 "기업은 대부분 1사1촌 등의 연계된 지역 특산물로 선물을 사고 있는데 법 통과로 부득이하게 수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회의원과 일부 공무원 등 일부 고위층에 한정해 적용돼야 할 법이 서민까지도 대상에 포함하게 돼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B사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분식집에서 접대를 한다면 문제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상 알려진 대기업이 공무원을 접대하는데 밥값과 술값만 해도 1회당 상당한 금액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오히려 민간기업이 공무원을 접대하는 데 음성적인 관행을 낳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김영란법 도입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공직기강 확립으로 기업 간 조달시장 등 정부 관련 사업에서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분위기가 확대됐지만 납품.구매 관계에 있는 기업 사이에 '갑을 문화'와 접대가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부당한 청탁이 개입할 가능성을 차단해 실력만으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공직사회의 투명성 제고는 기업 간 거래로도 이어져 중소기업에서 거래처 대기업 구매담당자의 결혼식에 거액의 축의금을 내는 등 관행이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김영란법 국회 통과로 대관업무 및 영업활동 등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접대비 금액 기준 등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유예기간이나 금액에 대한 과도기를 주는 등 유연화를 통해 법이 실효성을 얻고 소프트랜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산업 활성화를 이야기했는데 100만원이라는 기준을 둬 엄격히 적용하면 오히려 골프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경제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소비를 위축시키거나 기업의 경우 비용을 회계상 다른 지출로 잡는 등 편법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김성환 박인옥 강재웅 김병용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