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상 앞장서는 `셀프주유소`
2015.03.17 12:17
수정 : 2015.03.17 12:17기사원문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앞세웠던 셀프주유소들이 최근 기름값 인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유소의 15%를 차지하는 셀프주유소들이 경영악화에 직면하면서 일반주유소와 비교해 유가 하락시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다가 유가 상승 이후인 최근 한달 여동안에는 L당 30원 정도 더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서자 지난 달 초부터 반등한 국내 기름값이 한달 넘도록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국 1만2000여곳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516.18원으로 전날보다 0.25원 올라 39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 해 11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유보 결정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최저가를 보였던 지난 달 5일 L당 1409.74원 비교하면 106원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소폭 하락세를 보이지만 국내 소비자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한달 이상 걸리는데다 하락폭이 적어 주유소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기름값 상승은 일반주유소보다 셀프주유소가 더 가파른 실정이다. 지난 2003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셀프주유소는 현재 1800여곳까지 늘어나 전체 주유소의 15%를 차지한다.
최근 4개월간 오피넷의 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국제유가 급락의 단초였던 OPEC의 감산 유보 결정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해 11월 셋째주 국내 셀프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685.8원으로 일반주유소(L당 1732.9원)보다 47.1원 저렴했다. 이후 국제유가 급락으로 국내 휘발유가격이 최저가를 기록했던 올 2월 첫째주에는 셀프주유소와 일반주유소 평균가격이 각각 L당 1368.2원, 1419.3원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월 셋째주와 비교하면 셀프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하락폭이 각각 L당 317.6원, 313.6원으로 근소했다.
그러나, 이후 국내 기름값이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현재 셀프주유소 평균가격은 L당 1493.7원, 일반주유소는 L당 1509.8원으로 나타났다. 2월 첫째주와 비교하면 일반주유소는 L당 90.5원 올린 반면에 셀프주유소는 L당 125.5원이나 인상됐다. 셀프주유소 상승폭이 일반주유소보다 L당 35원이나 높은 수치다.
셀프주유소가 가파른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2월 첫째주 일반주유소보다 L당 50원 정도 쌌던 가격경쟁력이 현재 L당 16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국내 유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니 셀프 주유소와 비셀프 주유소간 가격 변동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며 "셀프주유소들이 국제유가 급락기에는 일반 주유소와 비슷한 폭으로 가격을 인하했다가 국제유가 반등기에 더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시대에 저가경쟁으로 마진율이 한계에 봉착했던 셀프주유소들이 유가가 상승하자 더 빠르게 소비자가를 올린 것"이라며 "셀프주유소들이 주유소 마진의 3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저유가 시대에 저가경쟁으로 마진율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그러다가 유가가 상승하자 생존 차원에서 더 빠르게 소비자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