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상 앞장서는 `셀프주유소`
2015.03.17 14:31
수정 : 2015.03.17 14:31기사원문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앞세웠던 셀프주유소들이 최근 기름값 인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유소의 15%를 차지하는 셀프주유소들이 저유가시대 저가경쟁으로 경영악화가 심화되자 유가 상승기에 일반주유소보다 가격을 가파르게 올리는 영업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유가 하락세가 진정되자 지난 달 초부터 반등한 국내 기름값이 한달 넘도록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전국 1만2000여곳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516.49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0.56원 올라 39일 연속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기름값 상승은 일반주유소보다 셀프주유소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국내에 도입된 셀프주유소는 현재 1800여곳까지 늘어나 전체 주유소의 15%를 차지한다.
셀프주유소의 기름값 상승 주도는 최근 4개월간 오피넷의 유가 흐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의 단초였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유보 결정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해 11월 셋째주 국내 셀프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685.8원으로 일반주유소(L당 1732.9원)보다 47.1원 저렴했다. 이후 국제유가 급락으로 국내 휘발유가격이 최저가를 기록했던 올 2월 첫째주에는 셀프주유소와 일반주유소 평균가격이 각각 L당 1368.2원, 1419.3원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월 셋째주와 비교하면 셀프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하락폭이 각각 L당 317.6원, 313.6원으로 근소했다.
그러나, 이후 국내 기름값이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현재 셀프주유소 평균가격은 L당 1493.7원, 일반주유소는 L당 1509.8원으로 나타났다. 2월 첫째주와 비교하면 일반주유소는 L당 90.5원 올린 반면에 셀프주유소는 L당 125.5원이나 인상됐다. 셀프주유소 상승폭이 일반주유소보다 L당 35원이나 높은 수치다.
셀프주유소가 가파른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일반주유소와의 가격차도 2월 첫째주 L당 50원에서 현재 L당 16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국내 유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니 셀프 주유소와 비셀프 주유소간 가격 변동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며 "셀프주유소들이 국제유가 급락기에는 일반 주유소와 비슷한 폭으로 가격을 인하했다가 국제유가 반등기에 더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급등으로 셀프주유소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주유소 상권들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셀프주유소인 SK네트웍스 매봉주유소(SK에너지)는 휘발유 가격을 L당 1536원에 판매해 인근 일반주유소인 한진 도곡주유소(에쓰오일·1514원)보다 22원 비쌌다. 6곳의 주유소들이 밀집한 영등포역 일대는 셀프주유소인 도림주유소(알뜰주유소)와 성락주유소(에쓰오일)가 휘발유 가격을 L당 1465원으로 판매중인데 다른 일반 주유소 4곳과 가격차가 없거나 10원 정도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셀프주유소들이 주유소 마진의 3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저유가 시대에 저가경쟁으로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마진율이 '제로(0)'인 곳이 수두룩"이라며 "유가가 상승하자 생존 차원에서 더 빠르게 소비자가를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