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씨수마 관리로 '명마' 꿈 실현 '화제'
2015.04.16 16:16
수정 : 2015.04.16 16:23기사원문
제주도에서 체계적인 경주마 씨수마 관리를 통해 명마 탄생의 일구어 가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에 따르면 최근 총 상금 24억원이 걸린 올해 삼관경주 레이스 첫 번째 대회로 열린 '제11회 KRA컵 대상 경주'에서 1, 2위를 기록한 '라팔'(3세, 수말, 김재섭 조교사)와 '돌아온현표'(3세, 수말, 권승주 조교사)를 배출한 민간 씨수말 '컬러즈플라잉'(9세, 태영목장)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 제5경주(국산 3세·별정·1600m)로 펼쳐진 이번 경주는 전반적으로 두터운 선두권이 형성된 가운데 결승주로에 들어서며 더욱 치열한 혈전이 이어졌다.
결승선을 500m 앞둔 지점부터 내측의 '라팔'과 외곽의 '돌아온현표'가 한 수 위의 경기력으로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결국 '라팔'이 1분 39초 7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돌아온현표'가 0.1초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특급 씨수마 '메니피'의 자마로 몸값 2억2000만원을 기록한 '영천에이스'가 3위를 기록했다.
'라팔'과 '돌아온현표'의 부마인 '컬러즈플라잉'이 '메니피'에 통쾌한 한판승을 거두면서 향후 씨수말 혈통전쟁을 예고했다.
'라팔'과 '돌아온현표' 이복형제의 활약으로 제주도에서 씨수말로 활약 중인 부마 '컬러즈플라잉'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1회 교배료가 200만원을 기록한 '컬러즈플라잉'의 올해 교배료는 400만원으로 100% 폭등했다.
뛰어난 씨암말을 보유한 대형 목장을 중심으로 '컬러즈플라잉'과의 교배에 관심을 보이면서 올해에만 교배 수익으로 4억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팔'과 '돌아온현표'의 활약 여부에 따라 10년간 50억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이다.
'라팔'과 '돌아온현표'의 삼관경주 특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30대 경주마 생산자 소무근씨(36)다.
소무근 태영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건설사를 운영하다 경주마 목장을 차린 소춘송 대표(63)의 대를 이어 2대째 경주마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경주마산업의 발전가능성을 알아본 아버지의 뜻을 따라 뉴욕대에서 호스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소무근 목장장은 2009년 켄터키 경주마 목장에서 6개월간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해 10월 한국으로 돌아와 태영목장을 열기 위해 함께 들여온 씨수말이 '컬러즈플라잉'이다.
씨수말 '컬러즈플라잉'는 1회 교배료가 15만 달러에 달했던 전설적인 씨수마 '에이피인디'(A.P.Indy)'에서 탄생했다. 2011년 씨수마 생활을 은퇴한 '에이피인디'(A.P.Indy)는 미국 삼관마인 '시애틀 슬루'(Seattle Slew)의 자마로 태어난 '에이피인디'는 현역시절 '벨몬트 스테익스', '브리더스컵 클래식' 등에서 우승을 하며 올해의 경주마에 선정됐다. 은퇴 후에는 약 20년간 씨수말로 활동하며 총 135두의 그레이드(Grade)급 경주 우승마를 배출하며 두 번이나 미국 리딩사이어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컬러즈플라잉'의 자마들은 지난해부터 데뷔했기 때문에 주로 단거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혈통 특성상 장거리에서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며 "메니피의 자마들이 2000m 이상의 장거리 경주에 유독 약한 면을 보여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혈맥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소 대표는 선진국에서 말 관리를 체계적으로 배운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외국에서 쌓은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그 인맥을 통해 '컬러즈플라잉'을 뉴욕대 은사를 통해 1억 원에 못 미치는 싼 가격에 들여왔다.
소 대표는 "보통 씨수말들은 1년에 100두 정도 교배가 가능하다. 그렇게 난 자손의 성적을 평가하기까지는 또 3년여가 걸리고요. 다행히 자손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 우리는 컬러즈플라잉에게 기대가 크지만 문제는 관리다. 명마를 낳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철저한 건강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마산업은 시행체(한국마사회)와 마주, 말 생산 농가,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이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다"면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이뤄질 때 톱니바퀴가 잘 굴러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 대표는 "이렇게 했을 때 우승마가 탄생하게 되고 그때의 쾌감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면서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마주가 되고 종마목장을 해서는 좋은 결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최소 자본력은 20억 원 내외다.
돈만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말에 대한 사랑과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면 경마산업에서 성공하기란 녹록하지가 않다. 하지만 소 대표 부자처럼 끊임없는 투자로 노하우가 쌓이면 경마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