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전염병 관련법안 국회 표류 '수두룩'..메르스사태 예고된 人災
2015.06.11 10:30
수정 : 2015.06.11 10:30기사원문
정부도 국정감사에 지적된 각종 전염병 대응 미비점의 전면적 개선 등 후속대책 시행에 미온적이어서 이번 메르스 사태가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11일 국회와 정부 측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메르스 사태 이전에 각종 전염병 방지와 치료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 처리와 정책 개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이 지난 2013년 국가적 차원에서 백신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 기반 조성과 재정 지원의 토대 마련을 위한 내용을 담아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심의없이 계류돼 있어 내년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감염병의 백신 연구개발 및 생산을 위해선 첨단과학기술이 요구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됨에 따라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개발·생산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국가적 지원을 명시한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같은 당 신경림 의원도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병원체 자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원체자원의 수집·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해를 넘겨 올해 초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으로 꼽힌다.
해당 개정안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의 환자에 대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처리됐을 경우 각종 전염병 확산을 방지에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법안 처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완강한 반대로 법안처리 전망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감염병 방역을 위한 정부조직 체계의 문제도 개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직 보건복지부 장·차관 중 보건·의료 전문가가 없어 복수차관제를 통해 보건과 복지분야 차관을 따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 보건 차관과 복지 차관을 복수로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관련 상임위에만 회부돼 있는 상태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염병과 관련해 지적된 문제들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개선되지 않아 이번 메르스 사태가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전염병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전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 5981억원 중 전염병 관련 예산은 4.7%인 286억원이었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신·변종 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연구' 예산은 지난해 약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억원이 감소했다. 미국의 전염병 연구소 예산에 비하면 20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문 의원 측의 설명이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격리병상 부족 현상이 주요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문 의원은 지난해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시설' 17개소 중 2010년 이전에 구축된 노후시설이 6곳으로, 음압격리병상시설 설비의 노후화에 철저히 대비·관리하지 않으면 감염병 확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 의원은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 확충, 유지관리와 신종 감염병 연구개발에 관한 예산 편성과 관련해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아쉽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마련되는 후속조치들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복지부 등 관계 부처의 실질적인 노력이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