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형편 어려운 학생도 해외 연수, 계층 뛰어넘는 희망 사다리 될 것"
2015.07.13 17:09
수정 : 2015.07.13 17:09기사원문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58)이 취임 이후 '유쾌한 반란'을 내세우며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해 한 학기를 보낸 김 총장이 추구하는 변화는 애프터 유(After You)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에 대한 고민이다.
사회적 이동은 쉽게 말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사회에 반영한 것으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능력에 따라 계급적 '수직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김 총장 자신의 과거 경험과 맥을 같이 한다.
【 수원=장충식 기자】 김 총장은 "청계천 판잣집에 살며 17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 애프터 유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 스스로 고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은행원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에 오르기까지 무수히 힘들었던 기억을 후배 학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을 거친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총장이 실현하고자 하는 유쾌한 반란을 통한 애프터 유 프로그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김 총장의 선물이기도 하다.
■사회적 이동 '애프터유 프로젝트'
김 총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도입, 주력한 사업은 해외 연수나 국제 체험을 하기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세계 명문대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기회를 주는 '애프터 유' 프로젝트다. 아주대는 고강도로 진행될 이 프로그램과 관련, 올 여름방학 4주 동안 미국 미시간대와 중국 상해교통대에 각각 30명, 20명의 학생을 파견한다.
이 가운데는 지역 사회와 협력.상생하기 위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참가 기회를 제공했고 인근 대학의 추천을 받아 총 파견 인원의 20%에 해당하는 10명이 함께 선발됐다.
아주대 총장이 다른 대학 학생까지 챙기느냐는 물음에 "다른 대학 학생도 모두 아주대 학생이 될 수 있다"며 "기회는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전원의 체류비용 및 학비는 학교가 지원하고 재원은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동성 제고'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하는 외부 인사들의 기부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재학 중 시도하고, 부딪히고, 깨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며 "어떤 무모한 도전과 실패를 겪더라도 앞으로 인생에서 의미 없는 시도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장의 애프터유 프로그램은 선발과정부터 기존 틀을 깼다.
성적이나 스펙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을 본인이나 학우, 교수, 직원이 직접 추천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세계 명문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100만원씩 기부금(100만원의 기적)을 받았다.
김 총장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이동성'에 필요한 프로젝트"라며 "한 명에게 1억원의 기부금을 받는 것보다 100명에게 100만원을 받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층 인사가 많이 참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그래야 '이런 분들이 우리를 위해 참여하셨구나'라는 생각에 어려운 학생들이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계층이동이 원활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과 가치를 확산시키고 싶다"며 "아주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지와 열정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는 희망 사다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졸 신화 '유쾌한 반란'의 전도사
김 총장이 아주대 총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애프터 유 프로그램은 그가 늘 주장하는 '유쾌한 반란'에 근간을 두고 있다.
평소 '유쾌한 반란의 전도사'로 불리는 그가 이야기하는 유쾌한 반란이란 크게 세 가지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극복하는 반란, 우리 자신의 틀을 깨는 반란,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반란이다.
김 총장은 건전한 반란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유쾌하다'고 표현한다.
김 총장 스스로 고졸 신화로 32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자신에 대한 반란을 멈추지 않은 것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반란이다.
김 총장은 "반란은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뭔가 불만이 있는 것을 뒤집어 엎는 것"이라며 "자기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사회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일은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은 '위장된 축복'으로 우리 곁에 온다"며 "어떤 사람이 될지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할 때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총장은 청계천 판잣집에 살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 때 청계천으로 이사가 17살 때부터 가장이 됐고 강요받은 선택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며 "당시 어려웠던 환경이 지금은 위장된 축복이었음을 알았고 어려운 환경에 대한 반란이 일어날 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청춘은 왜 화내지 않는가?
김 총장은 청춘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 중 하나다.
아주대 총장 취임 후 첫 특강에서도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는가"라며 "자신에게 질문하고 남에게도 끊임없이 질문해야만 자신의 환경이나 틀을 깰 수 있는 '유쾌한 반란'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아주대 학생들은 물론 모든 학생들이 씩씩하고 용감했으면 한다"며 "질문을 만들고 해답을 찾아가다 보면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김 총장은 "나만의 질문을 만드는 것이 유쾌한 반란의 시작이며 질문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곱 가지의 힘이 있다"며 "특히 남에게 던지는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구체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이 시킨 일만 하면 안 되고 남이 시키지 않은 일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을 갖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이른바 잉여세대 학생들은 환경과 불만에 화를 냈으면 좋겠다"며 '청춘은 왜 화내지 않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도 던진다.
지금처럼 사상 최대의 취업난에 직면한 청춘들이 환경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주어진 환경과 불만에 대해 화를 내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사회에 대한 반란으로 이어진다"며 "긍정적인 의미에서 청춘들이 표현하는 화는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아주대에서 이제 한 학기를 고스란히 겪어봤으니 나보다는 일로 평가받고 싶다"며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약력 △58세 △충북 음성 △국제대 법학과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석.박사 △행정고시 26회.입법고시 6회 △국회 예결위 입법조사관 △세계은행 선임정책관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