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원정투자자들 산본신도시 매물 싹쓸이 '매집'

      2015.07.26 17:31   수정 : 2015.07.26 22:09기사원문

부산.대구 등서 대거 상경 전세가율 높은 단지 돌며 중소형 아파트 주로 사들여






"급매가 나왔다고 해서 오전 9시에 집을 보러갔는데, 당일에만 뒤로 4팀이나 대기하고 있어 바로 집주인 손 잡고 계약서 쓰러 갔습니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송 모씨는 최근 경기 산본신도시 개나리 주공 13단지 전용면적 59㎡를 2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산본신도시에서 중소형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라며 올해 초만 해도 수리를 마친 같은 면적대 매물이 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수리가 안 된 상태에서 급매물이 2억4000만원, 상태가 좋은 건 2억5000만원 이상 호가가 올랐다"고 푸념했다.

산본신도시가 수상하다.

부동산 매물이 나오자마자 팔리는 건 물론이고, 호가도 연초와 비교했을 때 수천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이나 경기권의 내집 마련 실수요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지방 원정투자자들이 대거 상경해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매물이 나오는 족족 매입하고 있어서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매입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적은 투자금으로 향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6일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부산.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지방 투자수요가 중소형 아파트 매집에 나서며 산본신도시 일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세종주공6단지 인근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산본신도시 아파트 매매 중 50~60%를 지방투자자들이 가져갔다"며 "거래 건수로는 150건 가까이 되는데 그 중 절반이 부산.대구 쪽 투자자의 거래"라고 말했다.


■거래량 작년의 2배, 호가도 급등

실제 산본신도시 거래량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산본신도시를 포함하는 군포시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5월과 6월 각각 641건과 602건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월 356건과 319건과 비교할 때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량이 늘며 실거래가 역시 급등하고 있다.

산본신도시 월간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7월 이후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입주한지 20년을 넘어선 오래된 주공아파트들이 가격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세종주공6단지 중소형 매매가는 지난 1년 사이 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 평균매매가는 지난해 7월 2억3750만원에서 이달에는 2억8000만원까지 상승했고, 전용 85㎡는 같은 기간 3억5250만원에서 3억8500만원으로 뛰었다. 특히 중소형은 17.89%(4250만원)나 올라 중대형 9.21%(3250만원)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지방 투자수요가 선호하는 중소형의 경우 나오자마자 팔린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나마 오른 호가에도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계속 실거래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 세종주공6단지 전용 59㎡는 2억9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고, 충무2단지주공 전용 52㎡도 2억3000만원 이하로는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세가율 90% 달하는 단지 투자 몰려

산본신도시에 지방투자자들이 갑작스레 몰리는 이유는 이 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들이 지난 몇 년간 저평가돼온 데다 전세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아 적은금액으로 전세를 끼고 투자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산본신도시의 평균 전세가율은 80% 수준으로 경기 평균인 73.19%보다 훨씬 높다.

산본역 인근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도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역세권에 있는 단지는 전세가율이 보통 90%를 넘고 일부 가구는 100%에 육박하는 실정이었다"며 "전세수요가 항상 꾸준해 지방에서 상경한 투자자들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되파는 거래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군포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산본신도시에 중소형 아파트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3번이나 찾았지만 모두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매물이 나오면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계약해야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본신도시의 경우 신도시가운데 중소형 비중이 가장 적은 수준이라 특히 중소형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투자수요가 계속 거래를 발생시키며 가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산본의 지방투자수요는 지난해 서울 노원구 등에서 주공아파트를 집단적으로 매입해간 것과 비슷한 유형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투자 패턴은 인근 부동산 시세를 끌어올리고 지탱해주는 역할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일시에 매물을 나오며 시세가 하락할 수도 있어 실수요자라면 너무 높은 가격의 추격매수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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