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자 광주교대 교수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이야 말로 진정한 창의력 교육"
2015.09.02 17:04
수정 : 2015.09.02 17:04기사원문
21세기 들어서부터 발레나 클래식 같은 순수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해설이 있는' 공연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이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만해도 그런 공연들이 전무했다. 정희자 광주교대 교수(52·사진)는 2000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설이 있는 발레'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은 첫 눈에 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부터 창작, 무용수 선발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공연으로 채택돼 꾸준히 공연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광주교대 풍향문화원 하정웅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인 에듀발레 '미운 아기오리 발레리나 만들기'는 620석 규모 공연장에 4일간 8회 공연에 5600명 관객이 몰려 '대박'을 쳤다.
지난달 27일 서울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교수는 "아시아문화예술의전당 개관 프로그램부터 9월에 공연이 줄줄이 이어진다. 힘들지만 이만큼 보람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는 6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내 아시아문화원 개관 콘텐츠로 선보이는 '춤으로 떠나는 아시아 여행'은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민속무용을 배우고 각 나라의 언어와 생활양식 등 문화 전반을 체험하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전문 무용 강사와 함께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을 초빙했어요. 각 나라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겁니다."
이화여대 무용학과에서 발레를 전공한 정 교수는 졸업 후 1989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아트에듀케이션 인스티튜트'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에게 '몸으로 배우는 예술'을 가르쳤다. 그 때의 경험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공연에 교육을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예술을 체화해야 마니아도 되고 전문가도 되는 거죠. 몸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 만큼 창의력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도 없을 거에요."
교육에 필요한 춤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채택했다. 정희자발레단(현 K·에듀댄스컴퍼니)을 꾸려 에듀발레 전국 투어 공연을 하다가 고향인 광주에서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지역 청소년들의 예술교육에 역점을 뒀다. 특히 지난해 광주교대 내에 풍향문화원이 개관하면서 더 많은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감성힐링과 뮤지컬' '꿈나무 토요 문화학교'는 매번 성황을 이룬다.
오는 14~16일에는 광주교대 풍향문화관 대공연장에서 '미운 아기오리 발레리나 만들기'를 재공연한다. 체험형 발레 공연으로 안데르센 동화 '미운 아기 오리' 이야기에서 교육적 메시지를 강조해 만든 창작발레 무용극이다. 순수예술인 발레가 중심이지만 힙합 댄스, 탱고, 비보잉 등 다양한 댄스 장르를 접목해 무대예술의 균형감을 살렸다. 정 교수는 "청소년기에 외적인 모습에 치중하기 보다 올바른 가치관과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17~18일에는 해설이 있는 전통 놀이공연 '풍류야, 놀자'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전통무용을 감상하고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판이 벌어진다. 정 교수는 "우리 전통 타악을 기반으로 하는 '난타' 공연이 외국인들에게 각광받는 데 반해 정작 한국 사람들은 전통예술을 외면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우리 전통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지킬 수 있는 정서를 길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