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 신뢰 & 합리적 통신 소비 안착
2015.09.13 18:02
수정 : 2015.09.13 21:46기사원문
지난해 10월 1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고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고질적인 불법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사용 비용이 줄어들고, 유통점들은 건전한 유통망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의 건전한 경쟁이 줄어들어 시장의 활력도가 떨어졌다는 단통법의 어두운 면도 지적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바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내용을 살펴보고, 앞으로 단통법 운용이 어떤 방향으로 달라져야 하는지 시장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 직장인 김영민씨(36)는 20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산 갤럭시노트2의 단말기 할부금을 아직도 매달 4만4000원씩 내고 있다. 보조금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김씨는 갤럭시노트2를 출고가 그대로 106만원을 주고 샀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월 휴대폰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갤럭시노트2를 번호이동을 통해 구입하고 '페이백'으로 50만~60만원을 통장 계좌로 돌려받았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불법보조금을 받은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2를 40만원대에 샀던 것이다.
최근 이민정씨(29)는 최신상폰 갤럭시노트5를 한 달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통신사의 보조금을 받아 74만2250원에 샀다. 이씨는 김씨 보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약 30만원은 더 싸게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말 많고 탈 많던 단통법, 1년만에 성과 '신뢰'
13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 3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1년만에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는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 요금제의 싸고 비싸고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동통신 소비자들이 정해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년전까지만 해도 휴대폰을 사면서 "나만 보조금을 덜 받는 건 아닐까"하는 불신의 벽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불신이 대부분 해소됐다. 시장에서 신뢰가 쌓여가는 것이 단통법 1년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단통법 시행 한달 여 만인 지난해 11월 2일.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타사 소비자를 빼앗으려는 출혈경쟁으로 또 다시 '11.2 아이폰 대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정부는 이동통신사 관련 임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업자들이 단통법을 위반하는지 등에 대해 면밀한 시장조사에 돌입하는 등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섰다.
이후 단통법은 줄 곧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보조금에 대한 정보를 가진 일부가 누린 혜택이 50~60만원 정도였다면, 단통법 시행 후에는 공시지원금 혜택이 평균적으로 10만~20만원대로 낮아졌고, 상한선도 33만원(초창기 3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자 혜택이 줄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1년여만에 시장의 신뢰가 생겨나고 있다는게 통신산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시행 4개월, 가입 요금대 낮아져
하지만 법이 시행된지 4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균 가입요금 가격이 4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낮아졌으며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률도 줄어들었다. 특히 6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 비중은 한 자리수까지로 떨어졌으며, 3만원대 이하 저가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평균 가입요금 수준을 살펴보면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9월 사이 평균은 4만5155원이었지만 지난 7월에는 평균 가입요금 수준이 3만7816원으로 낮아졌다.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9월 37.6%에 달했지만 지난 7월에는 10.2%로 줄어들었다. 단통법에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서비스 가입 강요를 막으며 소비자들이 선택에 의해 필요시에만 부가서비스를 가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동참...중저가폰 시장 형성
철옹성 같았던 제조사들의 단말기 출고가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3사 공동으로 출고가가 낮아진 단말기 종류는 갤럭시노트3, G3 비트, 베가아이언2 등 21종에 달한다. SK텔레콤에서 판매중인 단말기 중 출고가가 낮아진 단말기는 G3-A, 갤럭시S5 광대역 LTE-A 등 11종, KT는 15종, LG유플러스는 14종에 달한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천국이었던 국내 단말기 시장에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는 단통법 시행직전인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단말기 판매 비중이 고가 60%, 중가 20%, 저가 20% 수준이었다. 통상 단말기 출고가를 고가로 분류할 때는 70만원 이상, 중가는 40~70만원대, 저가는 40만원 이하로 나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인 올해 2.4분기에는 단말기 판매 비중이 고가47%, 중가 8%, 저가 45%로 40만원대 이하 단말에 대한 공급이 대폭 늘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통법 이후 33만원 상한이라는 제한적인 공시지원금 안에서 저렴한 단말기를 제공해 소비자 지출 비용을 낮추려는 사업자들의 전략과, 스마트폰 사양이 평균적으로 높아지면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후 초창기에는 여전히 보조금 대란이 활개를 펼치는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점차 법이 안착돼가면서 법 취지대로 통신비 인하효과가 나타나는 현상들이 보이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만 보면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안착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