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장인 찾아가는 길, 가을 풍경은 덤이오~

      2015.11.12 18:45   수정 : 2015.11.12 22:44기사원문


깊어가는 가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주변을 살펴보자. 의외로 전국 방방곡곡에 장인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장인의 숨결을 느끼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임이 따른다. 가을빛에 물든 주변 관광지는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전통문화탐방-장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11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5곳을 선정·발표했다.

한과 명장 김규흔의 경기도 포천, 방짜수저 김우찬 전수조교의 작업실이 있는 강원도 강릉, 황충길 옹기 장인의 혼이 배인 충남 예산,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이 있는 경남 창원, 옥공예 대가 장주원 옥장의 전남 목포 등이다.




■경기 포천, 한과에 예술혼 담은 한과명장 김규흔

한과는 우리의 전통 과자다. 유과, 약과, 정과, 다식 등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다. 김규흔 명장은 한과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 국가 지정 전통한과 제조 기능 명인이자, 약과 분야에서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다. 유년 시절 먹은 한과의 달콤함을 기억하기에 전통 방식으로 정직하게 한과를 만들고, 한과 대중화에 힘쓴다.

천편일률적이던 한과 모양에 변화를 주어 연꽃 모양, 마름모꼴 등 새로운 약과를 개발했으며, 한과가 세계에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에 한과문화박물관인 '한가원'을 개원했다. 한가원에서는 한과 제작 과정과 제작 도구 전시는 물론,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인근에 있는 산정호수는 김일성이 별장을 마련해 경치를 즐긴 곳인 만큼 가을 풍경이 뛰어나다. 둘레길을 걸으며 붉은 단풍이 가득 담긴 호수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달콤한 허브 향이 가득한 낙원이다. 국립수목원 인근 더파크아프리카뮤지엄에서는 아프리카인의 일생과 생활 문화를 관람하고, 하루 두 번 선보이는 아프리카 전통 민속춤도 관람할 수 있다.



■강원 강릉, 방짜수저 가업 잇는 김우찬 전수조교

'예향' 강릉에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가 있다. 16세 때 아버지에게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강릉시 입암동 작업실에서 지금까지 가업을 잇고 있다. 방짜수저는 구리 78%와 주석 22%의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인데, 40여가지 도구로 사흘 동안 두드리고 깎아야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매화와 연꽃, 대나무를 새긴 방짜수저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강릉으로 나선 걸음, 오죽헌과 선교장 그리고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만추를 즐겨보자.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한옥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선교장은 가을 운치로 가득하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아이와 함께라면 다양한 전통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강릉예술창작인촌도 들러볼 만하다.



■충남 예산, 4대째 전통을 잇는 황충길 옹기 명장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는 옹기.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오래 유지시키며, 곡식을 상하지 않게 저장하고, 음식이 잘 식지 않는 '살아 있는 그릇'이다. 황충길 명장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전통 기법 그대로 옹기를 빚는다. 아들이 2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으니 4대, 160년에 이르는 장수 가업이다. 1990년대 들어 옹기 수요가 줄면서 문닫는 옹기점이 많았으나, 냉장고용 김칫독을 발명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오촌중앙길에 위치한 '전통예산옹기'의 전시실에는 판매용 옹기와 함께 명장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천연 재료를 숙성시킨 잿물로 아름답게 구운 명장의 옹기가 가을 햇살에 따사로이 빛난다. 주변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예산황새공원, 서예의 대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자란 김정희선생고택, 천년 고찰의 멋과 위엄을 갖춘 수덕사, 한옥에서 운치 있는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교촌한옥문화체험관 등도 역사와 전통문화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다.

■경남 창원, 느림의 미학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가곡(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은 45자 내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10여분 동안 느리게 노래하는 성악곡이다. 조선시대 풍류방에서 선비나 중인 가객이 불렀다. 시조, 가사와 함께 정가(正歌)로 분류되며, 셋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장르로 꼽는다. 남자가 부르는 것을 남창, 여자가 부르는 것을 여창이라고 하며,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평생 가곡 전승과 보급에 힘써온 조순자 명인은 2006년 경남 창원에 가곡전수관을 설립, 국악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극 등으로 구성된 국악 공연도 마련한다.

가곡전수관 관람과 함께 주변에 있는 세계적 관광 명소를 꿈꾸는 상상길, 창동예술촌 등을 둘러보면 창원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창동복희집과 고려당은 지역민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주는 맛집이며, 옛 마산의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오동동 통술골목과 마산어시장이 창동과 가깝다. 전국에서 아홉번째로 보양 온천에 지정된 마금산원탕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좋다.



■전남 목포, 종주국 추월 옥공예 대가 장주원 옥장

단아하면서 우아한 색이 돋보이는 옥은 예부터 귀한 보석으로 여겼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 장주원 옥장은 옥공예 종주국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인정한 대가다. 전남 목포에 있는 옥공예전시관에는 장주원 옥장이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만든 수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수십 년 동안 옥과 함께해온 장인의 고집스런 인생이 엿보인다. 전시관 위쪽 판매관에서 다양한 옥 장신구도 판매한다. 부모님이나 아내에게 옥가락지 하나쯤 선물하는 사치도 부려봄직하다. 옥공예전시관과 이웃한 목포문학관은 목포를 대표하는 문학인 4인(박화성, 김우진, 김현, 차범석)을 집중 조명한 국내 최초 4인 복합 문학관이다.

목포 갓바위 문화타운 끝자락에는 마치 머리에 큰 갓을 쓴 것처럼 보이는 갓바위가 있다. 가족 나들이 코스라면 입암산둘레길을 추천한다.
3.5㎞ 코스 한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목포 5미(味) 가운데 하나인 세발낙지는 연포탕으로 즐길 수 있다.
또 목포의 독특한 맛을 원한다면 홍어삼합이 제격이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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