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은 슈퍼사이클에 조종"
2015.11.26 06:21
수정 : 2015.11.26 06:21기사원문
상품 가격 대세상승을 뜻하는 '슈퍼사이클'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의 경기둔화로 관 뚜껑에 못이 박힌 상품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묘지에 최종적으로 매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석유, 구리 등 22개 원자재로 구성된 블룸버그 상품지수(BCI)는 지난해 사상최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1999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철광석 가격도 이달들어서만 12% 급락했다. 2011년 톤당 191달러에 이르던 철광석 가격은 43.40달러로 폭락했다.
■ 중 둔화와 미 금리인상
상품 폭락 1차 원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수요 둔화다.
남아공 자산운용사인 앨런 그레이의 앤드루 래핑 최고투자책임자(CIO)보는 "13억 중국 인구가 산업화를 거쳤고, 이는 유례없는 것(상품수요 확대)"였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고, 딱 그만큼만 소비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기둔화와 이에따른 상품 수요둔화가 슈퍼사이클의 관에 못을 박았다면 다음달 9년만에 첫번째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은 슈퍼사이클을 매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금리인상이 점쳐지면서 이미 미 달러 가치는 10개 주요국 통화에 대해 9% 가까이 상승했다.
상품 가격은 미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원자재 실질 가격이 그만큼 뛰었음을 의미한다. 달러가 아닌 통화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약화되고, 돈은 상품에서 수익이 더 좋은 채권과 주식으로 옮겨가게 된다. 결국 수요는 더 줄게 된다.
■ 석유, 공급 감소는 없다
상품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석유다. 이날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터키 간 갈등이 이어지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요인으로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곧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수급 균형이 깨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배럴당 110달러로 사상최고점을 찍은 이후 60% 넘게 폭락했지만 여전히 전세계 석유재고는 30억배럴에 육박하며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더 뛰면 미국을 제외한 산유국들의 생산비는 달러로 환산할 때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를 받고 자국 통화로 생산비용을 지불하는 업체들로서는 더 버틸 여력이 생긴다. 당분간 공급 감소를 통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CNBC 칼럼에서 지상 석유저장 시설은 물론이고, 유조선을 통한 석유 저장도 한계에 몰리고 있다면서 유가가 상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킬더프는 또 다음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 회의도 지금과 다른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유가 하강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시설 유지·보수, 새 유전 탐사 등을 위축시켜 공급 감소를 부르고, 유가가 다시 100달러대로 뛸 것이라는 IEA 등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컨설팅 업체 엑스트라트의 에마드 모스타크 전략가는 이날 CNBC에 현재 유가는 전체 생산비 중에서 석유를 빼 올리는 비용만을 감당할 정도라면서 궁극적으로 석유 공급 제약에 따른 유가 상승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유전 지대 땅을 사들이고, 유전을 개발하는 비용은 현재 유가로서는 감당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체 생산 주기의 절반인 실제 시추 비용만을 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 유전 개발이 어려워져 130달러 유가도 각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현실성이 낮은 얘기인데다 오름세로 돌아선다 해도 거대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했던 10여년에 걸친 슈퍼사이클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