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전통 강자, 유럽계 은행 잇단 몰락에.. 수은, 세계 선박금융시장 '강자'됐다

      2015.12.09 17:42   수정 : 2015.12.09 22:14기사원문

수출입은행이 글로벌 선박금융시장서 '큰 손'으로 부상했다.

전통의 선박금융 강자였던 유럽계 은행들의 몰락과 조선산업을 측면 지원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은한테 선박 건조 자금을 빌리는 해운사들이 늘면서 관련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9일 그리스 컨설팅업체 페트로핀 리서치에 따르면 수은의 올해 선박금융 규모는 190억달러(11월 기준)로 전년 175억달러보다 15억달러 늘었다. 순위도 7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선박금융은 해운사들이 배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장기융자를 말한다.

일종의 선박담보부 대출로 해운사들의 선박 건조 자금인 셈이다.

1위는 노르웨이 DNB은행의 몫이었다.
부동의 선박금융 강자인 DNB은행 수년째 1위를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규모는 지난해 283억달러보다 줄어든 256억달러였다. 2위는 중국은행(200억달러→210억달러)이었다.

독일재건은행(KfW)과 중국공상은행(ICBC)이 각각 185억달러와 180억달러를 기록,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눈에 띠는 점은 유럽계 은행들이 추락하고 수출입은행과 중국은행 등 아시아계 금융기관들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는 것.

실제 전 세계 선박금융시장서 유럽계 은행의 점유율은 2010년 83.1%에서 올해 62.3%까지 줄었다.

양종서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리먼쇼크와 유럽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유럽계 은행들이 위축됐다"며 "선주들이 새로운 돈 줄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은행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국 조선업 경쟁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명무실한 유럽 조선업체들과 달리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 경쟁력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선주들한테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다보니 수은과 중국은행의 선박금융 규모가 늘었다는 얘기다.

수은 역시 외국계 해운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경우에만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국내 해운사가 해외 조선소에서 배를 짓고자 할 때도 자금을 지원한다.

수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국 조선업체들이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 해운사들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국내 해운사보다 국외 업체들한테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 경쟁업체들한테 자금이 흘러가다보니 국내 선사한테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박금융 대부분이 해외 선사에 편중돼 있다.
이를 50%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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