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모인 옛돌들, 소곤소곤 옛이야기
2015.12.14 17:55
수정 : 2015.12.14 17:55기사원문
서울 성북동에 문을 연 '우리옛돌박물관'은 옛 돌조각과 돌 문화를 통해 선인들의 마음을 느끼고 수복강녕도 기원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박물관 내에 전시된 조선시대 문인석.
돌은 인간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 중 가장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인류 역사 및 문화 발전과정에서 늘 함께해온 소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원형을 훌륭하게 보존하고 있는 것이 석조미술품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석조문화를 창출했고 이를 계승·발전시켜왔다.
북악산과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인 서울 성북동에 문을 연 '우리옛돌박물관'은 이처럼 우리 옛돌을 통해 수복강녕(壽福康寧)과 길상(吉祥)의 기원을 담은 전문 박물관이다. 옛 돌조각 속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을 느끼고 현재 우리의 수복강녕도 기원할 수 있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여년에 걸쳐 수집한 석조 유물, 전통자수, 근현대 한국회화를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특히 국내외로 흩어져있던 옛 돌조각을 모아 한국 돌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주연경 우리옛돌박물관 학예사는 "수복강녕 홀 체험, 돌과의 대화, 소원 빌기, 벅수를 찾아라, 목욕재계 등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수복강녕을 기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며 "우리옛돌박물관은 해외로 밀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며 옛 돌조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학술적 교류를 돕는 연구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1만9834㎡(약 6000평)에 달하는 우리옛돌박물관에는 일본에서 환수해온 문인석 47점을 비롯해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옛 돌조각 1200여점, 자수 300여점, 현대회화 8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외부에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마련된 '돌의 정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북악산의 자연경관과 함께 문인석, 장군석, 석수, 향로석, 장명등, 망주석, 월연석, 동자상, 석탑, 승탑, 기우제단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돌의 정원'은 관람객들의 휴식과 쉼을 위한 공간으로 북악산의 자연경관과 우리 옛 돌조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야외전시관이다. 오감만족, 마음의 정화, 염화미소, 목욕재개, 승승장구의 길 등 다양한 주제로 꾸며져 있어 옛 돌조각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주 학예사는 "무덤 주인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석물인 월연석은 무덤을 수호하고 자손 번영을 위해 귀면, 거북, 봉황, 포도, 연꽃 등 다양한 문양으로 조각됐다. 무덤 앞의 양 옆에 하나씩 세우는 돌로 만든 기둥인 망주석은 멀리서도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며 "석수는 궁이나 능묘를 지키는 동물 형태의 석조물로 죽은 자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야외 전시관을 둘러본 뒤 박물관 내부를 둘러봤다. 박물관 내부 전시구성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등으로 이뤄졌다. 선인들의 삶의 철학과 지혜를 현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등은 마을 지킴이, 능묘 지킴이의 역할을 지닌 우리 옛 돌조각을 전시해 선인들의 수복강녕을 향한 염원을 그렸다. 환수유물관은 천 이사장이 지난 2001년 일본에서 환수해온 70여점의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중 문인석 47점을 전시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 학예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문인석 상당수가 일본으로 밀반출됐다"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천 이사장이 많은 석조 유물을 소장한 일본인 수집가(구사카 마모루)를 수차례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상태가 양호하고 조각 기술이 우수한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등을 환수했다"고 말했다.
자수관은 자수베개, 보자기, 주머니, 바느질 용구 등 전통 자수품을 통해 한국 여인의 삶을 조명했다.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자수품에 다양한 문양을 수놓은 옛 여인들의 정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옛 여인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던 자수는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자연스럽게 전해 내려온 것으로 수를 놓으며 자신의 품성을 닦고 세상살이의 고단함도 해소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개관을 기념해 '추상·구상·사이'전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김종학, 김창열, 김환기, 남관, 변종하, 유영국, 이대원, 이우환 등 광복 이후 한국근현대미술의 부흥을 이끈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은 "국민과 함께 즐기고 배우는 일이 기업보국의 소임이라 생각하며 이를 실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예술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조적인 융합 박물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