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2016년엔 '혹사 논란' 혹 뗄까

      2015.12.22 18:23   수정 : 2015.12.22 18:23기사원문


"지금은 그런 논란으로 흔들릴 때가 아니다. 앞만 보고 가겠다." 정치인의 수사처럼 들리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73·사진)이 한 말이다. 김성근 감독은 2015 시즌 내내 '투수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비단 지난해 뿐일까. 김성근 감독에게 '혹사'는 주술처럼 늘 따라붙었다.
지난 9월 9일 한화는 5위 롯데에 1.5게임차로 뒤진 6위에 머물러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했다.

김 감독은 이 날 LG전 선발로 송창식을 내세웠다. 5일 두산전서 7이닝 117개 투구를 한 다음 겨우 3일을 쉰 상태였다. 송창식은 9월 첫 9일 동안에 3번이나 구원으로 나섰고 두 차례 선발로 등판했다. 어깨가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이날 고작 1이닝을 던졌다.

'김성근=혹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빠질 수 없는 투수는 권혁이다. 권혁은 올해 78경기에 나와 112이닝을 던졌다. 등판 횟수는 여느 마무리보다 많았고 이닝은 선발투수에 비견된다. 최근 3년간 자신의 투구 이닝(120⅓)과 얼추 비슷할 정도다.

그런 식으로 망가진 투수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현욱이다. 김현욱은 쌍방울 시절인 1997년 70경기에 나와 20승을 기록했다. 문제는 김현욱이 선발 아닌 구원 투수였다는 점. 157⅔라는 살인적인 이닝을 소화했다. 결국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김현욱은 서서히 잊혀졌다.

김성근 감독은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를 '야신'으로 받들며 숭배하는 열혈팬이 있는가 하면 낡은 야구의 전형이라며 폄하하는 층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도 그런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시즌 초반엔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힘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혹사' 논란이 일어났다. 내년 시즌엔 어떨까? 융단 폭격에 가까울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은 한화가 우승의 한을 풀을 수 있을까?

한화는 올 겨울 가장 내실 있는 전력 보강을 했다. 우선 190만달러를 들여 에스밀 로저스를 잔류시켰다. 로저스는 후반기만 10경기에 나와 6승을 기록했다. 4번의 완투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로저스의 잔류는 김성근 감독에게 여러모로 플러스 요인이다. '투수 혹사'의 부담을 한결 덜어줄 수 있다. 한 명의 투수가 완투를 하거나 그에 준하는 피칭을 하면 그만큼 투수력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한화의 올 시즌 선발 투수 평균 투구이닝은 4⅓에 그쳤다. 10개 구단 가운데 신생 kt에 이은 9위다.

빈약한 선발진은 중간 투수들의 과부하를 불어왔다. 로저스의 잔류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 충분하다. 정우람과 심수창의 가세도 중간투수진에겐 단비다. 권혁과 송창식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다.

한화는 내년 로저스, 탈보트(미계약), 안영명의 삼각편대에 배영수, 이태양(이상 수술 회복 중), 송은범, 김민우 등이 선발 경쟁에 뛰어든다. 전체 투수진이 2015 시즌보다 한결 두터워졌다.


한화는 최근 3년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5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또 실패하면 '야신'은 물러나야 한다.
내년 시즌 '마리한화'는 재현될까.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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