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임-정경숙, 유리공예와 도자의 행복한 만남
2016.02.03 10:26
수정 : 2016.02.03 10:30기사원문
지난해 경기도 양평 문호리 리버 마켓에서 셀러로 만난 정경숙과 이경임의 콜라보레이션 전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빛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와 몽환적 매력을 가진 도자기의 조화를 통해 실용성을 겸한 생활 속의 예술품을 선보인다.
■정경숙, 우리네 모습을 담은 도자 인형
신라의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 한국 인형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 토우(土偶)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점토 인형을 주술과 상징적 의미로 만들어 왔으며, 후에는 부장품으로도 사용했다.
깊은 역사를 가진 점토 인형에 특별한 감성을 담아내는 여성 도예가 정경숙은 코일링 기법(손으로 점토를 둥글고 길게 말아 포개고 합쳐서 오브제를 창작하는 과정)과 속파기 기법(속이 꽉 찬 덩어리 상태로 작품을 만든 후 표면이 단단해지면 속을 파내는 작업)을 토대로 기본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금속, 나무, 돌, 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과감한 시도를 한다.
국민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정경숙의 작품은 기존 점토 작업이 주는 제한된 아름다움을 넘어서 자유로운 느낌을 지니고 있고 금속공예의 매력까지 은은하게 품고 있다. 일상의 모습과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으며 작업하는 그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공감하고 소통하길 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상적인 표정들은 그녀가 작품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이경임의 유리공예, 어린시절 추억을 담다
중세시대 성당이나 교회 건물에 많이 사용되었던 스테인드글라스는 일종의 색유리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빛에 따라 무수히 많은 색을 담아내는 천의 얼굴을 가진 유리를 소재로 작업하는 이경임은 자신의 작업을 유리에 그림을 그린다고 비유한다.
이경임의 작업은 경계선 사이의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800도가 넘는 가마에서 소성 작업을 거친 유리 조각과 금속 위에 그려진 작품들은 그녀가 어릴 적 뛰놀던 서울 달동네의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국내에서 유리공예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경임의 이번 콜라보 작업이 흔히 접하기 힘든 분야인 스테인드글라스를 실생활에서 쓰이는 도자기와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친숙한 예술품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길 기대해본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경임, 정경숙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는 마음 한 켠에 피어오르는 봄의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열정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2월 5일까지. (02)725-7114
mj.seo@fnart.co.kr 서민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