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와 노후대비
2016.02.28 17:00
수정 : 2016.02.28 17:00기사원문
"자본주의에선 자본가가 돈을 벌 기회가 많다. 월급쟁이도 주식을 사면 자본가가 되는 것이다."
최근 열린 '신춘재테크쇼'에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월급쟁이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 자본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리 대표는 1995년부터 미국 월가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 장기투자해 종목당 100배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아직 자본주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노동이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게 주식인데,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을 사면 그 회사 임직원들이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여) 내 돈을 불려주고, 노후대비도 저절로 된다고 했다. 주식은 좋은기업을 골라 동업자란 인식으로 오래 보유하라고 했다.
미국에서 유태인은 아기가 한 살 때부터 주식 사준다. 한국은 부모들이 주식 하지 말라고 그런다. 이것이 주식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이라고 했다. 월급쟁이도 자본가가 되라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자본가에 대한 인식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흔히 자본가를 공격하는 단어로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자본가여 먹지도 마라'란 문구가 쓰인다. 과거 1980~199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지금의 40~50대라면 들어봤을 민중가요의 한 구절이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란 구절의 기원은 꽤나 깊다. 기원전 7세기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299∼313행)에서 일하지 않는 자는 신들도 싫어한다고 읊는다.
성경 데살로니가후서 3장10절에도 나온다. 이런 노동사상은 루터나 캘빈뿐 아니라 중상.중농주의 시대, 산업혁명 시대를 거쳐 그후 시대까지 활용됐다.
17세기 영국의 탐험가 존 스미스가 북미 최초 영구 식민지인 제임스타운(미국 버지니아주)을 건설할 때도 이 표현이 사용됐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1917년 저서 '국가와 혁명'에서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란 표현을 공산주의 원칙으로 천명했다. 1936년 소비에트 연방 헌법 제12조에도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원칙으로 노동이란 모든 비장애 시민들의 의무이자 명예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엔 생산에 노동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또 식민지 건설과 산업혁명시대 자본가하면 착취가 떠오를 법도 하다.
지금도 그런 기업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착취보다 혁신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많다. 생산성 향상도 노동뿐 아니라 아이디어, 설비 등의 역할도 커졌다. 우리가 투자할 만한 기업도 그런 곳이다.
주식의 유익한 점은 세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회안전망, 복지 등이 중시되면서 정부 세금은 늘고 있다. 1억5000만원이 넘는 고액연봉자는 노동의 대가로 종합소득세만 38%다. 물건 구매나 식당에 가도 부가가치세(10%)가 붙는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월급만으론 은퇴 후 30~40년의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65세 이상 빈곤율이 50%에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다. 생활고 등을 비관한 노인 자살률도 1위다. 노후 대비도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