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입사원, 계좌이동해 거래 집중하고, ISA도 활용
2016.02.28 17:55
수정 : 2016.02.28 17:55기사원문
처음으로 연차 휴가를 썼다. 한달만에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을 맞는다. 평일 늦잠이 이렇게 달콤한 줄이야. 오늘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은행 업무다. 처음 월급통장이란게 생기면서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재테크의 시작은 월급통장부터'이지 않은가.
26일 3단계 계좌이동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다음달 중순에 시작된다. 경제는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프고, 금융 상품들은 이름도 생소하고 어렵다. 겁만 내고 있자니 너무 많은 기회가 있는데 혼자 멍청히 있는건 아닌가 막연한 불안감만 가득이다. 첫 연차 휴가일, 나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오전 11시경, 회사에서 지정해 월급통장을 개설한 B은행을 찾았다. 내가 은행 창구에서 재테크 상담을 받게 되다니.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기분이다.
■계좌이동제, 주거래 은행 만들기
"주거래 은행이 어디세요?" 그의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든다. 처음 만난 창구직원 한상우 대리. 웃는 모습도 어쩜 저렇게 멋있지. 내가 드디어 인연을 만난건가. 정신줄을 놓아가던 중이었다. 문득 A은행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주거래 은행은 '주로 거래하는 은행'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A은행에 갔다가 처음 입출금 통장을 만들었다. 그날 이후 15년간 모든 돈 거래는 그 은행을 통해서 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는 용돈을 매달 통장으로 넣어주셨고 교통카드가 포함된 체크카드를 썼다. 대학교에 가고 독립을 하면서 아르바이트 비용은 매번 그 통장으로 받았고 신용카드와 휴대폰 비용, 전기료, 가스비 등이 매월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 다른 은행으로 통장을 옮길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잘 생긴 한 대리의 첫번째 조언은 "이제부터라도 '진짜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주거래 은행이란 단순히 월급이 모이고 자동이체가 되는 은행이 아니다. 은행들은 대부분 고객마다 등급을 매기는데 그 등급은 자산 규모에 따라 나뉘기도 하지만 그 은행의 상품에 많이 가입돼 있을 수록 올라간다. 가령, 월급통장을 만든 B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예·적금을 든다. B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펀드,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에도 가입한다. 나의 자산 대부분이 한 은행에 모이면 B은행은 내 주거래은행, 나는 B은행의 주고객이 되는 것이다.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게 유리한 이유는 혜택 때문이다. 가장 큰 혜택은 대출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결혼 자금, 전세 자금 등으로 대출을 받을 때 우대 금리를 챙길 수 있다.
한 대리는 "은행별로 여신 금리는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우대금리를 받는 것이 가장 싸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크게는 1.5%포인트 까지도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사회 초년병때 부터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날 계좌이동제를 이용해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옮겨탔다. 26일부터 시작된 3단계 계좌이동제 덕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계좌를 이동할 수 있었다. A은행에 남아있던 잔고를 모두 B은행으로 옮기고, A은행 통장에 걸려있던 자동이체건도 모두 B은행으로 이동했다. 신청서를 작성하자 간단히 끝이 났다. B은행에서 신용카드도 하나 개설하고, 꼼꼼한 설명을 바탕으로 적금도 하나 가입했다. 나의 첫 상담사는 계좌이동제 시행에 맞춰 새롭게 출시된 새내기 직장인을 위한 패키지를 추천했다. 추가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상품이다.
■ISA로 비과세 혜택 챙겨두기
챙겨둬야 할 비과세 상품 정보도 얻었다. 올해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비과세 상품은 두가지, ISA 그리고 해외비과세전용 펀드다.
우선, ISA는 장바구니와 같은 통장이다. 계좌 안에는 내가 원하는 금융 상품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 예·적금과 주식형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선택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채권형 펀드,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상품을 선택할 자신이 없다면, 투자일임형 ISA를 선택해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운용포트폴리오를 따라가면 된다. 은행의 경우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 ISA는 3월14일부터, 투자일임형 ISA는 3월말이나 4월초부터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ISA계좌는 연 최대 2000만원 한도 안에서 5년간 총 1억원까지 넣을 수 있다. 수익이 발생하면 최고 200~250만원 추가 수익 한도 안에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250만원을 넘어서는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기존 15.4%보다 낮은 9.9%의 세율을 적용한 세금만 내면된다.
만일 내가 최대 한도로 연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을 '공격적 성향'의 상품으로 투자해 6%의 수익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5년 후 내 자산은 1억1951만원으로 불어난다. 투자수익 1951만원을 얻은 셈이다. 비과세 혜택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일반적으로 15.4%의 과세를 한다고 가정하면 세후 내가 얻는 수익은 1650만원이다. 하지만, 수익액 200만원에 대한 비과세, 나머지 수익에는 9.9%의 세금을 제하는 ISA라면 투자수익은 1777만원으로 늘어난다. 즉, 127만원 만큼의 세제혜택을 보는 셈이다.
한 대리는 "정부에서 비과세 혜택을 줘 국민 재산을 불려주겠다고 작정한 상품이기 때문에 일단 하나씩은 가입하고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억해둬야할 것이 있다. ISA는 일단 가입하면 5년은 갖고 있는게 유리하다. 처음 가입한 ISA가 맘에 들지 않으면 계좌이동제를 통해 다른 은행의 ISA로 옮겨탈 수는 있지만, 통장 자체를 해약하면 그동안 쌓였던 모든 비과세 혜택을 토해내야 한다. ISA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한 대리는 "장기로 5년간 묶을 수 있는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ISA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며 "가입 전에 자신의 자산 규모와 장단기 투자 전략을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비과세전용 펀드의 경우는 비과세라고 해서 무턱대고 가입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는 "수익이 나는 부분에 대한 비과세이므로 수익이 없으면 그 혜택도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을 나서는 길, 친절한 한 대리님은 마지막으로 반가운 팁을 한가지 더 귀뜸해준다.
"요즘 젊은 분들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많이 이용하시지만, 사실 한 은행지점을 종종 찾아서 창구 직원들과 친해지시면 도움 받을 수 있는게 많아요. 주거래 고객에, 친분까지 생기면 직원 재량으로 할 수 있는 환율 우대를 최고로 받을 수도 있고, 좋은 상품 정보, 재테크 정보도 얻을 수 있거든요. 시간 될 때마다 저 찾아오세요. 잘 해드릴께요."
걱정 말아요. 한 대리님. 안그래도 자주 만나게 될거예요. 후훗.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 도움말: 한승우 팀장 (KB국민은행 스타PB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