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비 안 주면 보증금 못 준다" 집주인 갑질
2016.03.27 17:23
수정 : 2016.03.27 17:23기사원문
#. 대학생 신모씨(24·여)는 원룸 자취생활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가려던 중 원룸 집주인과 청소비 문제로 마찰을 겪었다. 집주인은 신씨가 나간 뒤 새 세입자를 받기 위해 방을 치워야 한다며 청소비 명목으로 5만원을 요구했다. 당초 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이었지만 괜히 청소비를 주지 않았다가는 보증금 받기가 어렵다는 부동산중개업자 말에 신씨는 5만원을 주고 나왔다.
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일부 집주인의 '슈퍼 갑질'이 세입자를 울리고 있다. 대리인 계약 시 위임장 없이 진행하려 하거나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청소비 등 지불을 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세매물은 공급에 비해 수요자가 훨씬 많은 데 따른 것이다.
■계약·월세계좌 등 임의로 변경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사철을 맞아 집을 찾는 세입자가 늘고 있지만 집주인의 요구가 까다로워 세입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집을 구하는 데 급급해 비정상적 절차로 입주하면 전세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위임장 없이 계약을 한 뒤 집주인이 계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 그만"이라며 "전세매물이 귀하다보니 집주인이 본인 편의만 봐달라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특성상 중개업자는 주요 고객인 집주인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큰 거래일 경우 세입자가 개인적으로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전월세지원센터 관계자는 "대리인 계약은 위임장과 인감 등 확인은 물론 집주인에게 별도로 전화를 걸어 계약이 맞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계약서상 명시된 임대인이 아니라 임대인의 친지 등 다른 사람에게 월세를 보내달라는 요구도 집주인들의 흔한 갑질로 꼽힌다. 임대인 이름으로 월세를 이체하지 않을 경우 자칫 그간 월세를 미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말 신혼집을 차린 황모씨(31·여)는 "집주인이 자신의 아내 계좌로 월세를 보내달라고 해 계약서상 아내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더니 화를 내더라"며 "집주인과 사이가 나빠지면 나갈 때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수리비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청소비 안 주면 보증금 못 준다"
원룸의 경우 집주인들이 계약서에도 없는 청소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통상 3만~5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지만 세입자들은 기분이 언짢다. 무엇보다 안 내겠다고 버티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최대한 늦게 주려 하기도 한다. 신씨는 "대학생에게 5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늦게 돌려받아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야 5만원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줬다"고 전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일종의 볼모로 삼고 세입자에게 청소비를 요구한다는 상담이 자주 접수된다"며 "세입자들도 3만~5만원쯤이야 일단 지불하고 스트레스 덜 받자고 생각하는 일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비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합의하에 정하는 외에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