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과 ICT 융합.. 울산, 동북아 경제허브로 거듭날 것"
2016.03.31 18:41
수정 : 2016.03.31 18:41기사원문
세계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시가 첨병이 돼 산업 체질 바꾸기에 나섰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의 전통 제조업 강자인 울산은 최근 주력 산업에서 가파른 수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울산시가 전통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4차 산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게 된 이유다.
3월 3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김기현 울산시장은 영국과 미국이 2차, 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다면 4차 혁명의 기수는 우리나라가 돼야 한다며 그 중심에 울산이 서 있다고 자신했다. 김 시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현재의 과도기를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울산의 100년 미래 먹거리가 달려 있습니다. 울산의 주력 제조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7만2000여개 기업, 120만 울산시민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4차 산업혁명의 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산업의 정보기술(IT) 융합과 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수소.2차전지.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미래 에너지산업, 3D프린팅, 게놈산업 등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포스포럼에서 우리는 ICT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서비스와 비즈니스모델의 등장을 봤습니다. 이어 3월에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보면서 멀게만 생각했던 '미래'가 우리 삶 가까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죠. 세계는 이미 4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김 시장은 ICT 강국이자 뛰어난 문화콘텐츠를 갖춘 우리나라가 이런 강점을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강한 말투로 여러 번 강조했다. 다만 김 시장은 노동집약적 구조, 기술의 숙련도, 교육시스템, 사회 인프라 등이 우리나라가 4차 산업으로 더디게 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우리 산업구조를 오히려 혁신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보안과 정보보호 등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방안이 시급한 시기입니다."
지난해 12월 울산시와 경북도(포항, 경주)는 동해안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연구개발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해안 연구개발특구는 첨단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우수한 사업화 역량을 겸비한 산업 연계형 특구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동해안 연구개발특구는 다른 특구와 달리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2개(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가 입지해 있습니다. 또 울산의 자동차.조선.석유화학, 포항의 철강, 경주의 소재산업 등 뛰어난 제조업 기반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동해안 연구개발특구가 최종적으로 지정되면 기초과학부터 첨단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될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7.9%(457억달러) 감소했지만 울산은 이보다 훨씬 낙폭이 큰 21%(194억달러) 감소했다. 세상이 변하면서 중후장대 산업도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오면 울산의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 비중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묻자 김 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친환경자동차 등 지역전략산업으로, 조선 산업은 ICT를 융합한 '인더스트리 4.0'을 각각 추진 중입니다. 이 모두 4차 산업 트렌드죠. 앞으로도 기간산업 도시 울산의 위상은 굳건할 겁니다."
울산시는 향후 15년간 울산지역 제조업 성장을 견인할 후보 산업군 25개를 발굴했다. 울산시는 이 중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된 친환경자동차(부생수소활용) 산업과 3D프린팅, 이차전지, 연료전지, 바이오메디컬, 게놈산업 등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그는 이를 "동전의 양면"이라고 표현했다. 김 시장은 향후 5년간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지만, 또 새로운 일자리 2000만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시는 미국 시애틀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시애틀은 무역항이자 조선 산업으로 도약한 대표적인 도시로 울산과 유사점이 많다. 특히 과거 시애틀이 산업 혁신을 통해 도시가 재도약했다는 점에서 울산이 현재 맞닥뜨린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1980년대 말 항공업계 불황으로 시애틀의 보잉사는 6만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보잉의 공백을 아마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문화.첨단업체가 채우면서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일자리를 찾기 쉬운 도시로 거듭났다.
김 시장은 4차 산업의 연착륙을 통해 10~20년 후에는 동북아 경제허브 창조도시 울산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과기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면서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겠습니다. 훗날 시민들에게 '울산 경제를 발전시킨 시장'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시킨 시장'이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정지우 김용훈 김경민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