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되레 소비 막고 저축만 늘려"

      2016.04.11 17:18   수정 : 2016.04.11 17:18기사원문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진 중인 마이너스(-) 금리가 정책당국 의도와 반대 효과를 낸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 촉진이라는 당초의 목적과 달리 저축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마이너스 금리를 옹호하던 국제통화기금(IMF) 조차 정책에 적당한 한도를 둘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운용 중인 일본은 금고와 고액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최대 자산운용그룹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투자 안내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가 저축습관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현재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4개국 중앙은행들은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매기고 있다. 은행들이 돈을 쌓아두는 대신 대출 및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책의 최종경로는 국민들의 소비촉진 및 물가상승이다.


반면 핑크 CEO는 정책 흐름이 당국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향후 은퇴를 준비하는 저축자들의 경우 금리가 내려갈수록 같은 양의 은퇴자금을 만들기 위해 저축을 더 늘린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당장의 소비는 저축에 투입하는 만큼 줄어든다.

핑크 CEO는 35세의 저축자가 5%의 장기금리에서 얻을 수 있는 퇴직소득을 2% 금리에서 얻으려면 저축금액을 3배 이상 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소비자는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장을 촉진하려고 세운 통화정책이 사실은 소비를 억제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2년부터 예치금리를 0%로 조정한 이후 올해 3월 -0.4%까지 꾸준히 내렸다. 가구당 저축률은 2012년 12.38%에서 2014년 12.71%까지 계속해서 올랐다.

IMF 역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마구잡이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을 포함한 IMF 전문가 3인은 이날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수요 및 가격부양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저금리 정책으로 수익성이 낮은 국채 투자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회사채 등의 보다 위험한 자산 투자에 투자하게 됐고 기업들도 자금조달 비용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만약 개인과 회사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반발해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하면 문제라고 경고했다. 해당 정책을 쓰더라도 적당한 한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위스에서는 지속적으로 화폐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지난 2월 일본의 현금 수요량은 전년 동월대비 6.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1만엔권 수요량은 6.9%늘었으나 5000엔과 1000엔권은 각각 0.2%와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액권 수요가 더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사히는 예금이자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장롱예금'이 급증하고 있다며 고액권과 동시에 가정용 금고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NHK은 한층 세부적인 분석을 내놨다. 일본 재무성이 1만엔권 수요가 늘면서 올해 제조매수를 전년 보다 1억8000만매 늘린 12억3000만매로 잡았다고 보도했다.
전년보다 제조매수를 늘린 것은 8년만에 처음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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