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디지털이 융합한 '미디어아트'

      2016.04.25 17:17   수정 : 2016.04.26 16:13기사원문

예술은 어렵다. 그저 느끼는 것이 예술이라지만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들에게는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17일까지 약 3개월간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에서 열린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는 분명 한 단계 진화한 전시다.

'별이 빛나는 밤' 등 고흐의 작품과 '수련' 연작 등 모네의 그림이 빛과 음악, 그리고 가상현실(VR) 등과 만나면서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예술로 재탄생했다. 관객들은 빔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뜬 그림을 보고 스토리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예술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미디어앤아트는 2차원의 회화를 3차원 공간으로 끄집어내는 2세대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디지털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에 대해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는 "문화기술(CT)을 활용해 사람들이 눈으로 보면서 듣고 만질 수 있는 전시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의 작품을 1세대 미디어아트로 정의한다면 여기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보다 적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2세대 미디어아트라는 것. 이번 전시에 마련된 인터랙티브존은 2세대 미디어아트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각각 '고흐의 아뜰리에' '밤의 카페' '빈센트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터랙티브존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통해 관객들이 작품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해 '손에 잡히는 예술'을 극대화했다.

이번 전시에서 빛과 음악을 명화와 조합한 것도 독특했다. 그는 "미디어아트라는 것은 3차원 공간, 즉 가상현실에 들어가서 미술 작품 등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객들은 영상과 음악을 통해 일종의 플롯을 따라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전시회장에 들어감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이 가능해진다면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장르의 융합'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보여줬다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재구성해 전시에 적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했다. 결국 콘텐츠 업계 최대 화두인 문화기술의 한 형태를 구현한 셈이다.


지 대표는 "문화기술은 기존 예술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는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고 읽는 아날로그 방식을 뛰어넘어 그림을 입체화하고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 2세대 미디어아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이 일차원이었다면, '밤의 카페'와 같은 인터랙티브존에서는 3차원(3D) 영상을 통해 고흐의 침실과 아틀리에 등을 360도 돌아보고 느껴볼 수 있다. 콘텐츠를 이해하고 소구하는 방법의 다양화와 고차원화가 문화기술이 준 혜택이다"라고 설명했다.

문화기술이라는 화두가 뜨면서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지만, 미국·프랑스·일본 등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의 전문 업체는 극히 소수다. 지 대표는 "교육과 게임, 스포츠 등 일부 전문업계에서 주목하고 있지만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구하는 회사는 아직 많지 않은 형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도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서울 전시를 완료한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는 오는 5월 제주도로 장소를 옮겨 진행되며 중국·일본·베트남 등 해외 수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 대표는 "똑같은 콘텐츠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기존 콘텐츠에 새로운 해석을 덧입히면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 같은 시간이 지나도 콘텐츠 가치가 떨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그런 브랜딩에 주목하고 있다"며 "새로운 분야 개척은 힘이 들지만,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때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활짝 웃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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