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사이트 구축.. 30대 유능한 웹프로그래머의 몰락
2016.05.24 18:47
수정 : 2016.05.24 18:47기사원문
인터넷 쇼핑몰과 도서관에 보관된 다량의 개인정보를 빼내 판매하고 90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발해 운영한 혐의로 웹 프로그래머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4일 서울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전문 웹 프로그래머인 유모씨(33)는 2014년 계약한 인터넷 쇼핑몰 구축 건을 기간 내에 완성하지 못하자 계약 관계자인 B씨로부터 계약 위반으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요구받았다.
■"한탕 더 뛰면 될 것 같은데.."
15년 경력의 뛰어난 프로그래머였지만 학력이 낮아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에게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 등 전과 5범인 유씨의 뇌리에서는 "한 탕만 더 뛰면 될 것 같은데.."라는 유혹이 떠나지 않았다. 유씨는 150여개의 국내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등을 직접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유씨는 결국 실행에 옮겼다. 그는 2014년 10월 자신이 구축해준 C인터넷 쇼핑몰을 해킹, DB 서버에 저장된 6만5536명의 회원정보를 빼내 B씨에게 제공했다. B씨 역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원정보에는 이름, 아이디,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성별, 생년월일 등이 보함돼 있었다.
유씨는 한 숨 돌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범죄는 또 다른 범죄를 낳았다.
그는 지난해 3월 계약직 전산 관리자로 일하던 경북 D도서관에서 퇴사하면서 1만7945명의 회원정보를 몰래 빼내 외부로 유출했다.
회원정보를 보관해 놓으면 금전적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씨는 경북, 수원 등 전국을 떠돌며 직장을 다니기도 하고 범죄도 저질렀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유씨는 2016년 결혼식을 앞두고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결혼식 앞두고 급전 필요하자 도박사이트 개설
이에 따라 그는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참여했다. 유씨는 2015년 10월까지 '라이브 게임 MACAO CASINO'이름의 불법 카지노 도박 사이트를 직접 개발.홍보.운영해 총 89억7000만원대 규모의 도박장소 등을 제공했다. 도박 사이트 개설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고 유씨는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유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검거했다. 2016년 4월 결혼해 정착한 경기 용인의 유씨 신혼집에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컴퓨터, 외장하드디스크, 휴대폰, 계좌, 도박 장부를 분석해 추가 여죄를 확인하고 있다"며 "피의자와 함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총책, 불법 도박 행위자들 검거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