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참을 수 없다 … '과민성방광' 의심해보세요
2016.06.14 10:03
수정 : 2016.06.14 10:03기사원문
과민성방광은 요로에 세균이 감염된 것도 아니고, 다른 명백한 질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강하고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증상이다. 대개 빈뇨와 야간뇨가 동반되기도 한다. 국내 18세 이상 인구의 12.2%에서 발생, 수백만명이 앓는 질환이다. 주로 여성에서 흔하다.
유병률은 높지만 환자들은 '참으면 될 일'이라고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다. 과민성방광증후군을 갖고 있어도 '내가 원래 방광이 약해서' 같은 말로 넘기기 마련이다. 과민성방광은 방광의 소변을 저장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며 유발된다.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이 마렵다'며 대뇌에 신호를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마구 수축을 일으켜 심한 경우 소변이 찔끔 새게 만들어 버린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14일 "과민성방광의 전형적인 증상은 하루 8번 이상으로 배뇨 횟수가 증가하고 강하고 갑작스런 요의가 느껴지는 것"이라며 "주로 요(尿)저장기인 방광의 배뇨근이 과도하게 불수의적으로 수축하며 발생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변을 못참는 '절박성'이 가장 큰 특징이며 대개 빈뇨와 야간빈뇨를 동반한다"고 덧붙였다.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기의 노화로 방광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져서 용적이 작아지고 방광으로 가는 신경 자체에도 문제가 발생해 조그만 자극에도 수축이 일어나며 소변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과도한 수분섭취 및 배뇨량, 요로감염, 정신상태의 변화 ,변비, 비만, 호르몬결핍, 약물부작용, 방광출구폐색, 당뇨병, 질탈출증 등도 과민성방광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민성방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줄이는 게 좋다. 이들 음료는 방광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많이 물을 마시는 것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양을 적절히 조절한다.
신 원장은 "과민성방광은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아닌 배뇨장애로 봐야 한다"며 "실제로 과민성방광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우울증까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장생활을 곤란하게 만들고 잦은 야간뇨가 숙면을 방해해 환자의 기력을 떨어뜨리는 등 만성피로를 유발함으로써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20~30대 환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의 젊은층에선 스트레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주원인으로 보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뇌의 배뇨중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지고 이 때문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요의를 느끼게 된다.
증상을 완화하려면 방광기능 개선, 생활습관 교정이 뒤따라야 한다. 스스로 참으며 빠른 시일 내에 상태가 호전되길 기대하기보다 3~6개월간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는 행동치료와 약물요법 등으로 과민성방광을 교정한다. 행동치료로는 배뇨일지를 기록해 시간표에 따라 배뇨하도록 유도해 올바른 배뇨습관을 기르는 '주기적 배뇨법'이 주로 쓰인다. 이와 함께 '골반근육 운동', 카페인 함유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의 제한 등 '생활습관 개선' 등이 있다.
신 원장은 "약물치료로는 방광근육의 과도한 활동을 조절해주는 약물인 항무스카린제제를 처방한다"며 "이밖에 말초전기자극치료, 척추신경조절술 등으로 치료하며, 최근엔 방광 내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시술이 시도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과민성방광 자가진단 리스트(아래 항목 중 다수가 해당되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본다.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면 참지 못한다.
△어느 장소에 가든지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며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장소를 피한다.
△화장실에서 옷을 내리기 전 소변이 나와서 옷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소변문제로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것을 자제한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다녀서 업무에 방해가 된다.
△잠자는 도중 2회 이상 화장실에 간다.
△소변 문제가 걱정되어 패드와 기저귀를 착용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