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경제 시스템까지 바꾸는 정부 일자리대책 필요"
2016.07.04 17:58
수정 : 2016.07.04 17:58기사원문
"노동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정부가 너무나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일자리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제시되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굉장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겁니다.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20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의원(3선.사진)은 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한편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복지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자리 문제,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홍 위원장은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인 12.5%까지 올라갔고 취업을 했더라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수두룩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1~2년간 적어도 6만~7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자리 문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부분적인 대책만을 내놔서는 일자리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자리 문제 해결은 우리의 현 경제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걸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구제책과 노동개혁, 구조조정 대응책을 병행하되 경제민주화와 같은 전면적인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자금 지원에만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실로 다가온 문제이기에 단기적으로 잘 대처해야 한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 대책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직접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공공기관부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고 용역시스템을 전면 바꾸는 등의 실천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법정시한 내 합의가 불발된 바 있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원대로 올리는 방향성은 맞지만 당장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 위원장은 "내년부터 당장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여러가지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현재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노동자가 220만명이나 되는데 무작정 최저임금을 올리면 결국 그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올리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청문회가 '제1과제'
환노위에는 노동개혁과 구조조정 실업대책을 비롯해 가습기살균제.미세먼지.성과연봉제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것도 여야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이 대부분이다. 위원장의 조율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홍 위원장은 현안이 많아 어쩌냐는 우려섞인 질문에 "원래 일복이 터진다"며 허허 웃었다. 그렇지만 세부 현안에 대해 묻자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를 화두로 던지자 언성이 높아졌다. 2013년 환노위 간사 시절부터 다뤄왔던 사안인 만큼 할 말도 많단다. 그는 환노위원장 선출된 직후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를 제1과제로 꼽은 바 있다.
홍 위원장은 "당시 공청회를 통해 정부가 긴급예산을 편성해 피해자를 지원하도록 했고 국정감사때 옥시 사장을 불러 조사도 했다"면서 "문제는 국회에서 그렇게 노력했지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검찰을 콕 집으며 "4년 6개월 전 고발했는데 이제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행정부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 역시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대책은 2025년까지 미뤄두고 '10년간은 그냥 이 상태로 살아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며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로만 심각하다고 하는 식 아니냐"고 꼬집었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한다든지, 국민을 설득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든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소극적 정책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홍영표 의원 ■ 약력 △59세 △전북 고창 △이리고 △동국대 철학과 △동 대학원 행정학 석사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 △참여연대 정책위원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제18.19.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제20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