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세탁기, 또 덤핑 판정..美 보호주의 악령 부활하나
2016.07.21 16:41
수정 : 2016.07.21 18:29기사원문
업계에서는 자국 기업인 월풀을 보호하기 위해 미 정부가 최대 위협요소인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무리한 통상 장벽을 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번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만큼 즉각 이의 제기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 중국산 한국 세탁기, 첫 덤핑 판정
미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삼성과 LG 제품에 각각 111%와 4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상무부가 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제품은 삼성전자 쑤저우공장과 LG전자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대형 가정용 세탁기들이다. 또,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법인이 반덤핑 예비관세율에 따른 현금을 예치하도록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지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예비판정 90일 전 미국에 들어온 가정용 세탁기까지 소급해 반덤핑 예비관세율에 따른 현금을 예치해야 한다.
아울러, 최종판정이 전까지 적용 대상인 삼성과 LG의 중국산 세탁기 제품은 미국 수출시 예비관세가 즉각 부과돼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작년 12월 삼성과 LG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낮은 가격에 판매해 미국 세탁기 제조산업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삼성과 LG 측은 예비판정 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상무부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덤핑 관련 혐의가 없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온만큼 앞으로도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도 "이번 예정 판정에 우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상무부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ITC에는 미국 내 산업에 끼친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인 만큼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번 사안은 모두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월풀 감싸기'..신보호주의 악령 부활 우려
가전업계에서는 이번 미 정부의 덤핑 예비판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미국이 가전 뿐 아니라 태양광 등 여러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통상 압력을 노골화하고 있어서다.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덤핑 판정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는 지난 2012년 12월에도 월풀이 한국 및 멕시코산 삼성·LG·대우 세탁기를 대상으로 제소한 덤핑 사건도 반덤핑 관세 판정을 내렸다. ITC도 이듬해 1월 미국 산업의 피해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한국산 세탁기 수출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해 승소 판정을 이끌어 내며 월풀과 미 정부의 견제를 무산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4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위협해 오자 월풀이 덤핑 공세에 나섰고, 미 정부도 자국 기업 편을 드는 경향이 짙다"며 "이번 판정을 떠나 위협이 될 만한 해외 기업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올해 치러지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드럼프 진영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회귀론이 거세지면서 한국기업의 대미 수출에 타격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최종판정을 떠나 통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산 세탁기의 미국 수출을 중단하고 다른 해외 생산기지로 물량을 돌릴 것으로 알려졌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