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귀화요건으로 '품행단정' 헌재 합헌결정 비판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헌법재판소의 국적법 조항 합헌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조항은 귀화요건으로 ‘품행이 단정할 것’을 규정해 품행을 기준으로 외국인의 한국국적 취득을 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수씨가족의친구들’이란 이름으로 모인 10여개 시민단체는 2일 “기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품행 단정’의 구체적 기준은 국적법이나 같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규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며 “그 자체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네팔 출신 티벳인 라마다와파상씨(한국명 민수)가 청구한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지난 7월 28일 기각했다.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해 심판청구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품행이 단정하다’는 품성과 행실이 얌전하고 바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며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가치평가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997년 입국한 라마다와파상씨는 2006년 한국인과 결혼해 결혼이민자 자격으로 체류하던 중 2013년 법무부에 귀화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품행이 단정치 않다며 귀화신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에서 네팔·티베트 음식점을 운영하던 라마다와파상씨가 2011년 명동재개발 강제철거 과정에서 벌금 5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게 이유였다.

이에 라마다와파상씨는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mail]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