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반출' 초기 입장만 되풀이하는 구글, 반감만 키운다

      2016.08.08 16:33   수정 : 2016.08.08 16:33기사원문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구글과 이에 반대하는 정치권, 업계, 학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 안보와 세금문제 등 한국 지도데이터 반출이 야기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은 반면 구글은 한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불가와 안보상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장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초기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되레 구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어, 오는 12일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 결정에 어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보 문제 없다·한국내 서버 못 둔다"...구글 기존 입장 반복
8일 국회에서 공간정보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지도반출을 요구하는 구글은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공간정보활용을 통한 혁신' 주제발표 자료를 통해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구글에게 지도데이터를 반출해 추가로 발생할 안보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에서는 구글이 확보하고 있는 위성사진에 세밀한 좌표값을 갖춘 정밀 지도 데이터가 결합되면 청와대와 전국의 군부대 등 국가 안보시설이 고스란히 전세계에 드러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권 매니저는 "구글에서 결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종서비스간 결합이 가능하다"며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안보위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 얀덱스 위성사진과 네이버·다음지도의 데이터를 결합한 청와대 위성지도를 토론회 현장에서 꺼내 보이며, 이미 한국의 안보관련 데이터가 공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금을 피하려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구글은 8개국에 15개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데, 그 외 나라에도 세금을 내고있다"면서 "데이터센터 입지는 세금 문제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인프라와 규제, 전력공급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결정 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두지 않는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여론도 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 반대
구글에 한국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여부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 여론도 반대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인기가 급등하던 7월 초부터 중순까지 뉴스 데이터 등의 여론을 분석한 결과, 안보 측면에서 반대 입장은 24%로 찬성 11%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반대를 언급한 데이터는 70%로 찬성 11%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조세 측면에서도 중립적 언급이 26%에 그쳤지만 74%가 지도반출 반대에 쏠린 언급이 이뤄졌다.

지도데이터 반출이 허용되지 않아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잠시 일었지만, 지도 반출에 대해 찬성 언급 비율은 11%에 그쳤다. 중립이 71%였지만 반대가 18%로 찬성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지도 반출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란 분석이다.

■韓 업계·학계, '구글의 오만함에 분노'
국내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의 발전이 구글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토론회에 앞서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 지도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면 나중에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은 마치 구글을 통해야만 IT 서비스가 다 되듯이 얘기하고 있다"며 "구글만이 신산업육성을 한다는 것도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도 "구글로부터 저희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며 "출발점은 같아야 하는데 자사의 정책을 들어 한 국가의 법령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구글이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병욱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구글은 국내에 지도 서비스를 못하는 것인지, 일부러 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서버와 달리 클라우딩 서비스를 하는 부분은 해외 반출과 다른 부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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