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환쇼크' 초비상.. 車업계 '1050원 시나리오'도

      2016.08.10 17:38   수정 : 2016.08.10 21:53기사원문


주요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10일 1100원 밑으로 떨어지자 환율쇼크로 인한 막대한 환차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주요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2.4분기 실적발표에서 환차손만 3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힐 정도로 환율은 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이 2015년 1월부터 19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진다면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주요 수출기업들은 환율 움직임을 긴장 속에 모니터링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화강세, 3.4분기 실적 악영향

재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이 10.7원이나 내린 1095.4원으로 마감하며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은 환율에 따른 실적변화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주요 기업은 가격경쟁력 약화와 함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이후 국내 기업들은 매출이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는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수익성은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는 기업들의 자체 원가절감 노력 외에도 저유가와 함께 원화 약세가 기여한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하지만 "주요 통화 대비 원화 절상 폭이 커진다면 해외시장에서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원화강세는 당장 3.4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4분기에 환율 영향으로 약 3000억원의 환차손을 기록했다. 실적발표 당시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2.4분기에는 원화가 달러나 유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약 3000억원의 부정적 환 영향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4분기에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헤지 프로그램이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환율과 관련해 단기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 강화로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체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금융센터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에 상시 대비하는 등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1050원 시나리오도 준비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도 환율 예상 시나리오를 재점검하고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낮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한동안 환율이 올라서 혜택을 본 부분이 있었지만 다시 하락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채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050원대로 떨어지면 대책을 찾지만 이 정도(1100원 붕괴)는 연초 사업계획을 잡은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특별히 타격이 당장 크진 않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대응전략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결제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나 기타통화를 늘리고 있으며 해외생산 확대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그것이다.

한국GM도 결제통화로 달러보다는 유로화 등을 늘려왔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말 유럽시장을 철수하면서 해외거래가 4~5년 전에 비해 대폭 줄어드는 데다가 결제통화 다변화로 리스크를 줄여왔기 때문에 이번 영향이 크지 않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수출을 큰 폭 늘려가고 있는 쌍용차도 유럽수출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출국 중 유럽 비중이 가장 크고, 또 달러화보다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환율 변동은 덜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철강은 원화강세 긍정영향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항공기 리스 등의 영향으로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 특성상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외화부채 변동에 의해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약 960억원(순외화부채 96억달러)의 외화평가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유류도입 비용이 줄어드는 것도 긍정적이고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환율효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을 100% 가까이 수입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산이익이 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원재자를 10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한다"며 "개별기업의 수출비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익을 볼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급격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철강을 재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등 수요업체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결과적으로 수요 감소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이정은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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