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실은 '양파껍질'인가

      2016.08.17 16:46   수정 : 2016.08.17 16:46기사원문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 2·4분기에 1조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책은행을 동원해 4조2000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결정했고, 이 중 3조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부실기업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은 2·4분기 3조388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4236억원과 당기순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1조2284억원으로 떨어졌으며 회계연도 말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채권단으로부터 또 1조원 이상을 수혈받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조선 측은 2·4분기에 실적이 악화된 것은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이연법인세 자산인정 범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회계기준이 까다로워진 결과라는 항변이다. 삼일은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 자산을 1·4분기 1조187억원에서 2·4분기에는 3658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그 차액만큼 당기순손실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이연법인세는 세무회계 기준으로 납부한 세금이 기업회계 기준으로 산출된 세액보다 많을 경우 차액만큼을 다음에 낼 세금에서 깎아주는 제도다. 미래에 발생할 법인세 감세 예상액을 미리 자산으로 장부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삼일이 이연법인세 자산을 대폭 줄인 것은 회계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했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어둡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선 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경영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4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4분기에도 557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2·4분기 283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에는 흑자를 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2·4분기의 영업적자 폭이 4000억원대로 커졌다. 게다가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두 척의 인도가 지연되면서 대금 1조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엔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상환을 앞두고 있다.


삼일은 대우조선에 대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내용의 의견을 내고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정부는 무얼 믿고 밑 빠진 독에다 국민 혈세를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심사숙고해볼 때가 됐다.
전임 경영진이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현 경영진마저 회계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부실기업을 살리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명분 있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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