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가문

      2016.08.18 16:59   수정 : 2016.08.18 16:59기사원문
세계 어느 나라나 명문가가 있다. 대(代)를 이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특징이다. 때론 권력도 잡는다. 돈이 많은 집안을 빗대 '금수저' 가문으로 부른다. 올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은 세계 최대 소매기업인 월마트 스토어의 창업 가문으로 드러났다.
7명이 월마트 지분의 50%를 보유 중이며, 13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도 여전히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는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관의 자제로 구성된 세력),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상하이방이 있다. 3대 정파가 권력을 분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 주석 세상이다. 시진핑은 시중쉰의 아들이다. 반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리커창 현 총리 등을 배출한 공청단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시진핑의 견제 때문이다. 상하이방은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등 간판 인물들이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 개혁의 된서리를 맞으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에도 명문가가 있다. 항일 빨치산 가문이 대표적이다. 북한에서 최고 특권층에 속한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들과 그 자제들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55)는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50)도 김일성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라고 한다.

이들 부부의 한국행은 북한 엘리트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태 공사는 북한 정권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남한행을 택했다. 북한 내 핵심 엘리트층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탈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다. 이번에 탈북한 태 공사는 국장급으로 탈북 외교관 중에선 최고위급에 속한다.

외신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극적 망명으로 평양 특권층의 충성심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태 공사의 망명은 북한을 격분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태 공사가 자식의 장래 문제로 고민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백두혈통 김정은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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