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에 선수금 돌려주기로
2016.08.23 17:12
수정 : 2016.08.23 22:00기사원문
현대중공업이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돌려주는 대신, 시추선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로인해 시추선 재매각 추진에 나설 예정이지만, 침체국면인 업계 시황을 볼때 제값에 제때 팔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제3자 임대 등 다각도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중,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 중재 합의
현대중공업은 23일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와 벌인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 중재신청 건이 최근 양측 합의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프레드 올센이 발주한 시추선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선주사로부터 받은 선수금 1억7600만달러(약 1982억원)를 돌려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 5월 6억2000만달러 규모로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시추선은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해 지난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주사는 건조기간 동안에 당초 합의한 기본 설계와 규정을 무리하게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승인 절차를 지연하는 등 공정을 방해했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 주장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22일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했다. 선주사로부터 1억6700만달러 대금을 추가로 받고 인도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후 선주사와 현대중공업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의 중재 신청 닷새뒤에 선주사는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계약 취소를 통보, 선수금 1억8600만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다시 5억1900만달러 손해배상 청구로 맞섰다.
하지만 중재가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득될게 없다고 판단한 양측은 10개월만에 현대중공업이 선수금 1억7600만달러만 돌려주는 선에서 절충을 봤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사의 선수금 반환 요구 직후 지난해 3.4분기 실적에 손실 예상액 2200억원을 이미 반영, 향후 새로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약취소 등 발주처 횡포에 중재신청 급증
이번 중재 합의로 시추선 소유권을 갖게 된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용선주를 대상으로 재매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지만, 이 작업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드릴쉽과 반잠수식 시추선에서 유독 발주처의 계약취소가 잦은 것은 선주사들의 헤비테일 발주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선주사는 10%가량 선수금만 내고 물량 인도를 기다리면서 인도전까지 용선사를 찾다가 실패할 경우 인도 거부와 계약취소로 피해를 막으려 한다. 용선사를 찾지 못하는 데는 건조기간 유가가 급락했거나 공급과잉 등의 변수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재매각과 별도로 직접 임대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건조가 끝난 드릴십, 시추선 대금 지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미국 퍼시픽드릴링컴퍼니(PDC)가 일방적으로 드릴십 계약을 취소하자, 바로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삼성중공업측은 선박완공에 대한 선급회사 인증까지 받았다며 정상 인도, 추가 대금 납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송가 반잠수식시추선 1,2호선 건조과정중 발생한 추가 건조비용 보전을 위해 중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은 이 시추선 1,2호선을 포함 송가의 총 4척 시추선 건조과정에서 1조원 가량 손실을 봤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