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자전거 2000대 고쳐 이웃 기증' 북파공작원 출신 '사랑의 실천' 화제
2016.08.28 19:50
수정 : 2016.08.28 19:50기사원문
헌 자전거를 고쳐 저소득층에 나눠주던 북파공작원 출신 '자전거 천사'가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
28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주인공은 특수임무유공자회 중구지회장을 지낸 설동춘씨(사진)다. 설씨는 중구 '토박이'로 스무 살 때 정보기관의 말을 듣고 군에 입대했다. 강원도에서 고된 훈련을 받고 북한도 오가며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1976년 제대한 그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특수임무유공자회 중구지회를 만들어 청소년 선도 봉사 등 마을에 보탬이 되려 했다.
설씨가 떠올린 것은 '자전거'였다. 폐자전거를 모아 수리해 어려운 이웃에게 주면 마을 주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설씨는 일주일 내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고물을 내다 팔았고 그 돈으로 자전거 부품을 사들였다.
그는 2009년 7월 처음으로 150대의 자전거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중구는 이 같은 그의 노력을 돕고자 2010년 10월 을지로4가에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를 열어 10명의 기술자를 상주시켰다.
구청 측은 "설씨가 기증한 자전거는 지금까지 총 2000여대에 달한다"며 "이는 대당 15만원씩 쳐도 총 3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설씨는 5년 전 식도암 판정을 받고 고된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센터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몸 상태가 나빠져 올해 7월 120대를 전달한 행사가 마지막 자리가 됐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자전거로 사랑을 전달한 그의 뜻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