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니' 논쟁, 佛 내년 대선 쟁점으로 부상

      2016.08.29 17:33   수정 : 2016.08.29 17:33기사원문
프랑스 '부르키니' 금지 논란이 정치적 이슈로 옮겨붙고 있다. 내년 4월께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경쟁적으로 언급을 시작하면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본질적인 논의는 묻히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부르키니는 머리를 포함한 몸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식 수영복을 말한다.

28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 나설 뜻을 밝힌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부르키니는 이슬람 정치를 돕는 도발"이라며 "프랑스 전역에서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을 것이 유력한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은 "배척하거나 낙인을 찍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르키니 금지 논란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현직 인사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프랑스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부르키니 금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부르키니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잇따라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내년 대선 정국에서 부르키니 금지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파 정치권에서는 지난 니스 트럭 테러 등으로 인해 생겨난 '반(反)이슬람 정서'에 편승해 부르키니 금지 법안을 아예 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6일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빌뇌브·루베 시에 부르키니 제재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명이 넘는 프랑스 시장이 '우리 시에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며 해수욕장 내 부르키니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판결로 입장을 선회한 곳은 단 두곳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부르키니 금지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부르키니를 둘러싼 '여성 억압'에 대한 논의가 옅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7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부르키니 논쟁이 여성 의상을 규제했던 70년전의 비키니 논쟁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2016년에 아직도 여성이 무엇을 입어야 할지 결정을 할 수 없는가"라는 프랑스 여성의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디어드리 클레멘테 네바다주립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NYT에 "권력자들은 '여성의 이익을 위해 (비키니.부르키니 금지) 법을 만든다'고 말한다"며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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