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고에서 나오는 대규모 명절자금, 시장에는 어떻게 풀릴까
2016.09.06 16:48
수정 : 2016.09.06 18:20기사원문
실제 지난 한해 동안 한은의 화폐발행잔액 규모가 가장 높았던 달은 추석명절이 있는 9월로 나타났다. 이 기간 화폐발행잔액 규모는 86조7600억원으로, 전월(81조4500억원)에 비해 5조원 이상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명절에는 사람들이 신용카드 결제보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신권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부터 시중은행 등에 올해 추석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신권의 양이 많지 않아 한은에 별도로 요청하면 신권을 할당받는다. 통상 가장 수요가 많은 화폐는 5만원권과 1만원권이다.
이 중 1만원권은 한은 발권국 내부 기준에 따라 매년 발행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된다. 1만원권은 금융기관의 입금 실적, 금융기관 점포수 등의 기준에 맞춰 배분된다. 원하는 양의 신권을 배분받기 쉽지 않은 만큼 매년 점포별로 신권을 확보하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한은 화폐교환 창구에서도 신권 교환이 가능하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일반인들과 거래하는 유일한 창구다. 지역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한은 본점은 1인당 △5만원권 100만원(20장) △1만원권 50만원(50장) △ 5000원권 50만원(100장) △1000원권 30만원(300장)까지 교환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 중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한은의 지역본부는 전국 17곳 가운데 서울 본부, 강남,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제주, 강원 등 9곳이 유일하다.
하지만 명절에 시장에 공급되는 신권은 말그대로 조폐공사에서 막 찍어서 공수해 온 '새 돈'(제조화폐)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일부는 시장에 한 번 유통된 후 한은에 환수됐지만 사용기간이 많지 않아 보존상태가 양호한 구권(사용화폐)다. 매번 명절을 앞두고 신권을 대규모로 시장에 공급함에 따라 화폐 제조비용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화폐 제조비용은 전년(1215억원) 대비 18.5% 늘어난 144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권은 명절에만 선물용으로 '반짝' 사용되고 명절이 끝나면 한은으로 다시 환수되는 경향을 보인다. 신권 제조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한은은 보유한 구권을 시장에 먼저 공급한 이후 신권을 공급하는 등 신권 발행규모를 매년 줄여나가고 있다.
이와함께 한은은 설과 추석 명절에 한해 일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특별자금' 형식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일정 금액을 시중은행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해줘 명절 연휴 상여금 지급 등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