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 "두테르테, 오바마와 만났다"..욕설파문 수습 안간힘

      2016.09.08 10:41   수정 : 2016.09.08 10:41기사원문
'욕설 파문'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퇴짜를 맞은 필리핀 정부가 양국 우호관계에 변함이 없다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비공식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틀전 두테르테가 오바마에게 한 욕설이 문제돼 양국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됐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의 페르펙토 야사이 외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라오스 수도 비엔타인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만찬 행사 직전에 대기실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만찬장 입장에 앞서 2분 정도 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사이 장관은 "필리핀과 미국의 관계가 역사적이며 매우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두 정상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두 정상의 이날 비공식적인 만남은 서로 합의된 것이라는 게 필리핀 외교부의 입장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하면서, 두 정상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도 두 정상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짧은 대화로 사교적 인사였다"고 했다. 외신은 두 정상이 1시간20분간 열린 만찬 행사에서는 멀리 떨어져 앉았으며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테르테의 욕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의 막말로 외교무대에서 예정된 정상회담마저 취소되자 '양국 관계 불화'로 파장이 확산됐다. 중국 언론은 두테르테의 발언을 집중 보도하면서 양국 관계에 적대감이 심화되며 반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집권이후 미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마약 용의자를 즉결 처형하는 등 인권 문제가 갈등 요인이다. 미국 입장에서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주요 전략국이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취임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친중국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전 정부의 확실했던 '친미반중' 기조와는 다른 점이다. 중국도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이지만 전략적으로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를 적극 보내고 있다.

앞서 6∼8일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잡혀있던 미국과 필리핀의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두테르테가 욕설을 써가며 미국을 비난한 게 직접적인 이유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후 첫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일,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미국이 필리핀의 인권문제를 언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나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며 필리핀 국민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해명하지 않는다.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백악관은 정상회담을 취소해버렸다. 오바마는 "생산적이며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정상회담만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밝혔고, 곧이어 백악관은 두테르테와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두테르테는 결국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면 후회한다"며 물러섰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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