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늘어나는 황혼 로맨스
2016.09.13 14:55
수정 : 2016.09.13 14:55기사원문
100세 시대에 새롭게 '황혼의 설렘'을 느끼고 싶어 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층 못지않게 건강한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노령화지수(유소년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는 95.1을 기록했다. 어린이와 노인 인구 비율이 1 대 1 수준인 것.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 역시 세계 최고라는 일본을 제쳐버렸다.
국내 결혼정보업체들도 이런 사회 변화를 감지해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기획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성장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받아온 결혼정보 시장에 노인 인구는 새로운 수요층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혼 로맨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
황혼기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자하는 인식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제 결혼 생활 20년 이상 된 부부들이 갈라서는 황혼이혼 비율은 지난해 전체 이혼의 29.9%를 차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혼하는 부부 10쌍 중 3쌍은 황혼이혼이라는 것.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혼이혼에 공감한다고 답한 50.60대 10명 중 7명은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기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하는 '졸혼'인구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결혼생활을 졸업했다고 선언한 이들은 인생 3막에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황혼 미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60세 이상 싱글남녀 커플 매칭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황혼 로맨스를 다룬 한 방송사의 드라마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결혼정보업체도 '실버 상품' 고민
결혼정보업체들에게 노인층의 '황혼 로맨스'는 새롭게 공략할만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고령자 전문 소개업체만 수십 개에 달한다. 이들은 평균 60세 이상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만남 주선 및 미팅파티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배우자감이 아니더라도 대화를 나눌 친구를 만들기 위해 업체에 가입하는 노인들도 많다. 일본에선 결혼정보 시장의 타깃 연령대 자체가 변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결혼정보업체도 이런 추세에 맞춰 상품을 준비 중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대비 50~60대 남성회원은 약 423%, 여성회원은 704% 증가했다"며 "단순 만남 주선을 넘어 노후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고려해 상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결혼정보회사들이 고령층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우 상당한 경제력을 갖췄으면서도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문화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인식만 바꿀 수 있다면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일본과 달리 아직 고령자를 전문으로 하는 소개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재혼을 전문으로하는 결혼정보회사가 출범했지만, 고령층만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진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층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향후 결혼정보업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