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대가 가이드라인, 대가 산정 공식 빠졌다

      2016.10.20 14:02   수정 : 2016.10.20 14:02기사원문

<지상파 재송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주요내용>
제2조 협상의 원칙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는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경우 이를 이용해 상대방의 거래상 이익을 제한하면 안된다
제4조 협상시기 등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의사 통지
통지 받은 날부터 2주 이내 협상 개시
제5조 자료제공의 방법 대가 및 거래조건 협상 관련 자료를 제공할 경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자료 사용
대가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것을 주장할 경우 근거 제시
제7조 정당한 사유없이 협상·계약 거부 상당 기간 간격으로 3회 이상 협상 요청했을 때 응하지 않거나 협상 거부
합리적인 이유없이 협상과정 지연
단일안만 요구
다른 사업자와 계약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제시
합의사항 문서화 거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 제시
제8조 정당한 사유없이 재송신 대가 요구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인지 판단할 때 광고수익, 가시청범위, 시청률, 투자보수율, 방송제작비, 영업비용, 유료방송 수신료 등 고려
협상 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는 대가의 적정성 여부 판단하는 협의체에서 자문 제공
(방송통신위원회)
매년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등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송신 대가 산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해 전국민이 TV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블랙아웃'을 막겠다고 정부가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가이드라인에는 재송신 대가를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빠져있다. 적절한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매번 협상이 결렬되곤 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안에도 핵심이 빠져 블랙아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송신 대가가 어떤 방식에 의해 산출됐는지 알 수도 없이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는 재송신료를 무조건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지속시키는 거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물건 값도 모르고 흥정" vs. "가격은 시장에서 정할 몫"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원활한 재송신 대가 협상을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재송신 대가 산정은 시장의 몫"이라며 "정부가 산정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재전송료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해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물건 값도 모른채 가격흥정을 해 온 셈"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규제기관의 강력한 조정력 및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각각의 유불리에 따라 대가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명확한 셈법이나 기준이 없는 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양측이 각각 다르게 산출한 대가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방송 송출 중단으로 압박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의견이 관철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방송 중단이 일어나 시청자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금지행위 세분화해 법령 보완
정부는 다만 현행 방송법에도 나와 있는 재송신 협상 시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 제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는 행위, 상대방에게 단일안만을 요구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없이 협상을 거부하는 행위, 합의사항을 문서로 남기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등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금지행위를 하면 관련 매출액에 0.02를 곱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가이드라인은 관련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사업자 간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명확한 법 집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발굴·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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