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하는 청년층을 구하라
2016.11.21 17:22
수정 : 2016.11.21 17:37기사원문
"걸핏하면 걸려오는 캐피털사의 전화, TV만 틀면 나오는 대부업 광고가 싫었어요. 그런데 막상 돈이 급할 때 기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더라고요."
취업준비생 청년 A씨는 집안 사정이 나빠져 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대부업에 손을 뻗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그는 앞으로 급한 돈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또 한번 고금리를 감당 할 수밖에 없다. 20~30대가 취업난으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빚지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소득, 담보가 없는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1금융권 대출은 사실상 없고 청년층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학생 신분도 아니고 고정수입이 있는 것도 아닌 '취업n수생'은 정책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현재 생활비가 필요한 청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인 '대학생.청년 햇살론'은 신청 당시 대학(원)생이거나 29세 이하, 군필자인 경우 31세 이하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거나 차상위계층 등의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 다른 상품인 '대학생.청년 생활자금대출'의 경우엔 대학(원)을 재학 또는 휴학 중이거나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학습 중인 자에게만 지원되는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고 심사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의 지원자격은 일정 학점 이상을 획득한 학생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주는 곳을 찾게 된다. 이렇게 소액대출을 시작한 청년이 미취업 상태가 길어지면서 결국 '파산'까지 이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최근 청년층의 파산은 증가세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3.4분기 전체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지만 20대만 8.8% 증가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의 조사에서도 20대의 대출 연체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청년파산'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청년실업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금융권도 청년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대책과 안전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가장 잘 하고 싶은 분야가 서민 취약계층 지원"이라며 오는 12월을 '서민금융 집중 점검의 달'로 지정했다. 현장점검도 계획한 만큼 '소액' 때문에 빚의 굴레에 갇히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으면 한다. 오늘도 몇십만원을 구하지 못해 잠 못 이루는 청년이 있다.
kim@fnnews.com 김가희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