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KMI 원장 "해운 발전 위해 타 산업과 정책적 연계 필요...해운항만 중요성 국민들에게 알려야"

      2016.11.28 15:12   수정 : 2016.11.30 14:57기사원문
해운업이 지금처럼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은 적이 또 있었을까.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역설적으로 해운항만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35년간 해운항만산업을 연구해온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우리 잘못이다. 해운항만산업이 우리 국민 생활과 얼마나 밀접해 있고 중요한 산업인지 꾸준히 알렸어야 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양창호 KMI 원장을 지난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나 풍전등화의 한국 해운항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연구원의 운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해운 경쟁력 방안에 대한 업계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인 것 같다.
내용과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모든 계획이 그렇지만 아무리 모양이 좋더라도 실천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시행과정에서 다양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불거질 수 있으므로 본래 목적에 맞게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 선사들이 초대형, 고효율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신조지원, 민간선박펀드 활성화, 한국선박회사 설립 등 각종 금융프로그램이 제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한진해운의 사라진 자리가 너무 크다고 볼 수 있다. 원양선사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해운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대안이라면 글로벌 선사 중 MSC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선사들이 M&A를 거쳐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원양정기선사의 성장전략은 얼라이언스를 통한 서비스망 확대와 비용절감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선복추가 없는 외형 확대 등으로 압축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M&A는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방안인 것 같다.

▲현재 해운 시장이 선박 공급과잉으로 인해 선박을 새로 발주해서 집어넣기에는 부담이다. 선대규모를 키워서 범위의 경제,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M&A로 갈수밖에 없다.

최근 2, 3년정도 M&A 붐 이 있었다. 사실 10년~15년 전에도 선박 공급과잉이었지만 M&A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가 이제 막바지에 몰려서 생존을 위한 M&A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금융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돈이 없으면 못한다. 프랑스의 CMA CGM이 APL 인수 할 때도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몇십억달러가 들어가는데 민간회사가 파이낸싱하긴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적이라도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 프랑스도 다 그런 방식으로 했다. M&A는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금 지원도 필수조건이지만, 해운사 자체의 크기도 받쳐줘야 다른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당장 돈이 투입된다고 해서 바로 가능한 건 아니다. M&A는 상대편의 영업과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모두 현대상선보다 몇 단계 위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M&A 하는 건 거꾸로 되는 거다.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우리는 M&A 밖에 기댈 데가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부족하다면 선사연합형태(얼라이언스)로 갈수 밖에 없다. 얼라이언스 형태를 유지하면서 나중에 M&A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남아있는 국적선사가 M&A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득권이 있으니까 얼라이언스도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안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당장 돈이 없다. 몇십억 달러를 누가 대나? 20여억달러 있다고는 하지만 그 돈을 다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펀드를 만들겠다는 거다. 은행이 각각 10%, 선사 10%, 펀드 70%를 펀딩 받아서 배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운항수익이 보장되는 경우 짓겠다는 거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들어오니까.

정말 20여억달러로 도와주겠다고 하면, 그 돈으로 M&A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근데 당장 파이낸스 여건이 마땅치 않다. 현대상선이 주도해야하는데 현대상선 보다 큰 회사들이라 쉽지 않다. M&A 방향은 맞지만 현재는 상당히 어렵다.

-현대상선의 2M 얼라이언스 가입을 두고 말이 많이 나온다.

▲들어가야 할 것이다. 현대상선은 굉장히 다급하다. 여기저기 오보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경우에는 얼마나 끔직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리는 이제 위클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원양 국적선사가 없는 거다. 위클리 서비스를 못하는 정기선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2M이 현대상선하고 얼라이언스를 해서 사실상 얻을 것이 없는데 굳이 왜 현대상선과 손을 잡으려 하겠냐고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봤다. 현대상선하고 2M은 격이 안 맞는다. 규모도 조직문화도 전혀 다른 이질적인 회사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나 2M은 아시아 쪽에 누군가를 하나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아시아 선사들은 여전히 아시아~북미로 항로에 강점이 있다. 현대상선도 굉장히 강점이 있다. 한국에서 북미 가는 항로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북미 가는 항로에 대한 강점이다.

2M은 북미항로에서 약하다. '약하다'는 의미는 선박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약한 영업망과 아시아 특유의 친화력, 융화 이런 문화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누가 그걸 해줘야 할 텐데 그나마 현대상선이 남아있고 그러니 현대상선이라도 받아서 하자. 이렇게 된 것이다. 그것이 규모로 봐서는 몇 %밖에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기반이 될 수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자기네 선박도 더 넣고 기존 영업망도 시너지효과를 내면 3%가 아니라 5%, 7%가 늘어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현대상선을 기반으로 해서 북미항로의 마켓쉐어를 높이겠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또 그것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맞다. 다만 워낙 차이가 나고 한진해운도 이렇게 된 마당에 현대상선도 위험한 거 아닌가 하면서 자꾸 간 보는 거다. 분명한 메리트는 있다.

-정부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의 인수합병을 타진했을 때부터 정부가 국적원양정기선사를 하나만 가져간다는 결론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그건 잘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결론을 정해놨다면 SM그룹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결과가 나왔겠나.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정부 정책은 하나만 볼 수 없다.

정말 중요한 건 한진해운에 평생 몸담았던 인력들이 국적선사에 남아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그 사람들을 우리가 안받아주면 어디로 갈건가. 다 외국선사로 간다. 우리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국민세금으로 쌓아왔던 영업 네트워크를 외국에 헐값에 다 주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들이 국적선사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솔직히 현대상선하고 한진해운 두 회사를 과연 가져가는 게 맞나, 하나로 합병이 돼야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긴 했다.

결국은 하나로 합병하느냐 아니면 두 개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도 현대상선, 대한해운 양사 체제가 맞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두 회사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 회사로 갈 때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좋은 것이고, 한 회사로 가는 게 경쟁력 강화가 안 된다고 판단될 수 있다.

솔직히 어떤 우려가 있었냐면, 한진해운의 미주 영업 인력들이 과연 현대상선에 들어가서 적응을 하겠는가하는 우려가 있었다. 해운업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아마 그 사람들 그쪽으로 가라고 해도 일단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가긴 가는데 적응 못하고 다 빠져나올 거라는 얘기가 많았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문화는 전혀 다르다.

더군다나 한진해운 영업인력이 굉장히 아주 우수한 영업이라 가정하면 세계 상위 20대에 드는 고급 화주들을 갖고 있는 인력이 현대상선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많이 있었다.

만약 그 인력들이 SM그룹에 가서 한번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는 거다.

그래서 어떤 방향이 좋았다고 할 순 없다.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뭐 현대상선에 다 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거다.

-한국은 조선업과 해운업의 정책적 연계가 잘 돼있는 일본과 달리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적으로 한국 조선소는 다른 국가의 조선소와 출발이 다르다. 일본이나 영국은 자국 해운 발전을 위해 조선업을 키웠다. 전 세계 해운력을 키우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을 하고 전 세계 대상으로 군함도 만들어야했다. 이런 해양세력을 키우기 위해 조선소가 필요했다.

-영국이 식민지 정책을,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겪으면서 해운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달은 건가
▲맞다. 그래서 자국 해운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조선소를 키운 거다.

그런데 우리 조선업은 해운하고 관계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산업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조선산업을 육성키로 한 것이다. 그 당시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세계 최대 선형을 맨 처음 짓는 조선소에서 지어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조선소들이 볼 때는 무모하다 할 정도였다. 다들 의야 해했다. 자기들이 필요하지 않은 배를 왜 짓는 거냐고 했다. 우리는 아니야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배를 짓는 게 아니고 수출산업을 위해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이게 먹혀들어갔다. 그래서 지금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고, 일본의 경쟁력 있는 조선소들이 꼼짝없이 넘어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 뿌리가 다르다.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는 한국 해운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자국 해운 때문에 만든 게 아니라 전 세계의 배를 짓기 위해 수출산업으로 조선업을 키웠다. 산업 정책적으로도 연관성이 하나도 없다.

정책금융당국의 금융지원도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이 선박금융을 지원할 때 국내 조선소에서 이 배를 지으면 우리나라 해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부분을 봐야하는데 안 본다. 금융을 주면 얼마나 수출을 하지? 외화 가득률이 얼마지? 이런 부분만을 보고 금융지원을 한다. 외국 선사가 한국 해운하고 서로 경쟁관계라는 건 산업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출산업적인 측면과 국내 해운과의 연계적인 측면 둘 다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부터 정책적 연계를 만들어 가야한다.

지금 조선업이 수주절벽을 겪고 있다. 배가 안 들어온다. 조선산업도 해운하고 똑같이 경기순환산업이다. 중국이나 일본 조선은 그나마 자국 해운에서 필요한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게 해주면서 버티고 있다.

우리는 조선이 해운하고 전혀 정책적인 연결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조선소가 어렵다고 해서 조선소에 발주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못한다. 조선소도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 산업 정책적으로 연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연결시키자는 거다. 우리 해운이 지금 배를 짓게 되면 굉장히 싸게 지을 수 있다. 싸게 지은 배를 갖고 있다가 시황이 좋아지면 그때 지은 낮은 코스트의 배를 운영해 경쟁력 있게 해운을 해나가면 해운산업이 튼튼해진다. 이렇게 지금 발주하면 조선산업은 2~3년 물량을 확보해서 수주절벽을 버텨낼 수 있다.

그럼 조선소는 이제 자신이 어려울 때 자국해운의 도움을 받아서 버틴 경험을 갖게 되는 거다. 이걸 기회로 해서 아무리 시황이 좋아도 모든 선박금융의 일정 부분은 국내 조선소에 우선 배정을 한다는 등의 정책적인 연계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정책과 해운정책은 아직 서로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만 이야기하고 있다.

-해운은 해양수산부가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한다. 부서가 달라서 그런 것 아닌가.

▲부서가 달라도 산업 정책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서로 산업을 정책을 마련하면서 조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고, 조선에서도 신조발주를 늘리면 국내 해운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서로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시스템이 돼야하는데 우리는 태초부터 나뉘어져있었다. 때문에 서로 고민 한다는 게 굉장히 어색한 일이다. 이제라도 시작하자는 거다.

-배에 실을 화물을 제공하는 화주와의 관계도 중요하지 않나.

▲화주하고 해운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이 무역량이 작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굉장한 화주국이다. 해운사들이 큰소리 치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도 한국 화주들이 정말 똘똘 뭉쳐서 '우리 화주들한테 이렇게 홀대할 것 같으면 아무개 선사 기피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선사들 꼼짝 못한다. 한국은 굉장히 큰 무역 국가다. 그리고 물동량도 많다. 수출입물량이 꾀 된다.

문제는 그 많은 물동량 갖고 있는 화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물동량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국적선사가 있어야 한다.

-한국 화주들이 해외 선사들에게 "너네 안 써도 우리 상관없어"라고 말하려면 경쟁력 있는 국적선사가 필요하다는 건가
▲그렇다. 외국 선사 안 써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는 버팀목이 있어야한다.

우리 국적선사와 외국 선사 비교해가면서 화주가 더 경쟁력 있게 운임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약하긴 했지만 그렇게 해왔다.

근데 지금은 선사가 하나 확 없어지게 됐다. 그럼 결국 앞서 말한 버팀목이 없어진다. 운임 상한선이 사라진다.

유럽 가는 운임을 우리 선사들이 800달러에 해주겠다고 하는데 외국선사가 와서 '1000달러 내시오'하면 '우리 선사가 800불 준다는데 안 해'라고 답하면 그쪽에서 할 수 없이 800달러로 한다. 국적선사가 그런 역할을 작지만 지금까지 해왔다. 국적선사가 없으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화주들은 국적선사와의 링크를 더 강화시켜야한다. 가급적이면 국적선사에게 물량을 줘서 국적선사를 키우는 데 노력 해야 한다. 그래야 결국은 화주들도 국적선사의 도움을 받아 가격 상한을 유지시킬 수 있다.

-화주 측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한진해운이 무너진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에는 그동안 우리 힘들게 하더니 잘됐다 싶은 마음도 있다는 말을 하더라. 화주와 선사들 간에 갈등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서로 자신에게 시황이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때 본색이 나타난다.

해운시장이 좋을 땐 물량이 매우 많아서 화주가 선사에게 제발 실어달라고 해야 한다. 컨테이너 하나당 3000달러에서 4000달러를 줘야 할 판이니까 선사가 갑이 된다.

한국 화주들이 정말 힘들 때 해운사가 운임을 낮추고 화주의 신뢰를 얻어내고 다음에 해운이 어려울 때 화주가 국적선사를 밀어줄 수 있는 로열티를 쌓아나갔어야 했는데 그 노력을 못한 거다. 선순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화주들이 지금 국적선사가 너희들이 잘한 게 뭐 있냐고 지적하면 선사가 할 말은 없다. 화주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국적선사들을 위해서 화주들이 물량을 모아서 넣어주고 국적선사를 키워주면, 국적선사가 성장해서 시황 회복되면 나 몰라라 하겠나. 이제 거꾸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외국선사들이 4000달러 받을 때 국적선사는 더 낮게 운임을 받을 수 있다. 사실 3000달러 받나 4000달러 받나 큰 차이 안 난다. 조금 덜 버는 거지 죽는 건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면서 선주와 화주간의 보이지 않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를 지금부터 화주가 만들어주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 거다.

만약 선주와 화주 관계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 화주 물량이 외국선사로 다 가버렸다고 치면 국적선사 세력이 점점 약화되고 결국은 가격 상한역할을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 화주들은 그 많은 물량을 갖고도 아주 외국 선사들에게 휘둘리게 된다. 운임을 20% 더 주시오 하면 주고 30% 더 주시오 하면 더 줘야한다.

이런 점들이 우려되니 조금 길게 보면, 국적선사를 키우는 것이 곧 화주한테 득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서 선화주 간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주는 노력들을 화주 중심으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반국민들이 해운항만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바다는 기회의 땅이다. 우리는 결국은 수출입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오늘날 번영을 누리는 것의 거의 99.9%가 해운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쓰는 모든 상품이 해운에 의해 운송되고 있는데 그만큼 해운에 대한 중요성이나 정확히 모르고 계신 부분이 있지 않을까한다. 그래서 KMI에서는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과 생활통계 등을 통해 우리생활에 밀접한 해운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을 할 예정이다. 물론 그 안에 항만도 포함된다.

보통 '항만'이라고 하면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항만 배후지에 사는 부산, 인천 시민들도 잘 모른다.

함부르크나 로테르담 시민들은 '크레인의 스펙이 왜 저거밖에 안됩니까. 저 스펙이면 큰 배가 안 들어오고 큰 배가 안 들어오면 결국 그 물량이 우리 배후지에 와서 가공·운송·보관하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우리 직업·상권·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친다. 크레인 스펙 바꿔주시오' 이렇게 얘기한다. 항만은 우리 생활하고 연결이 돼있다. 해운항만이 우리 국민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고 중요한지 꾸준히 얘기를 더 해야 한다.

해운업계 내에서 '왜 해운이 이거 밖에 대우를 못 받았느냐, 왜 해운이 조선에 비해서 홀대를 받았느냐. 왜 정책적으로 후순위가 됐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의 잘못이다. 일반 국민들이 우리 삶에 중요한 해운에는 손도대지말라고 얘기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해운업하는 사람들끼리만 좋다고 그랬다. 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렸으면 우리가 이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난 8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에서 KMI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장으로 취임한 후 첫 지시사항이 무엇이었나.

▲조직도 바꾸는 것이었다.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전화로 "조직도부터 바꿔서 게시하십시오"라고 했다. 첫 번째 간부회의 때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질적인 연구업무는 말단 연구원들이 한다. 연구원을 지시하는 사람이 실장이고 실장 위에 분부장, 부원장, 원장이다. 지금 모든 정부 국책연구원이 이런 방식으로 지시가 아래로 내려간다.

만약 원장이 본부장에게 이슈가 될 만한 문제를 먼저 다루자고 하면 본부장이 실장에게, 실장이 연구원에게 얘기한다. 원장이 말한 강도가 100이라면 실제 연구원들은 50이하의 강도를 받는다.

연구원들은 '국민적인 이슈를 쓰라고? 저걸 왜하지? 급한 일이 많은데 뭐 나중에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도 연구원 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연구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 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연구원들이 가장 현장하고 밀접하게 있다. 문제점도 더 잘 안다. 그분들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걸 뒷받침 해주고 머리를 열어주는 사람이 실장이다. 그걸 또 밑에서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본부장이다. 저는 본부장부터 연구원들까지 그 사람들이 머리를 열고 그런 일을 해나가는지를 보고 받쳐주는 사람이다.

-연구원 명칭이 해양'수산'개발연구원이다. 대외적으로 수산부분이 덜 알려져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수산과 관련해서는 양식산업 육성 전략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수산물 생산량 1억6700만t 중 양식수산물은 44.1%에 달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 330만t 중 160만t을 양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이미 50%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과학화가 시급하다.

수산산업 발전을 위해 미래양식포럼을 창립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15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참다랑어라고 하는 참치 양식이 핵심이다. 참치는 남태평양에서 잡아온다. 참치 새끼를 가져와 키우는 것까진 되는데 알에서 부터 시작하는 양식은 아직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굉장히 많은 복합적인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양식장의 온도, 플랑크톤 농도, 사료 등 복합적 요소의 콘트롤이 중요하다. 이 같은 제어 기술을 위해 삼성전자가 들어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양식을 하고 있는데 만약에 이 제어 모듈을 개발을 하면 단순히 양식 성공뿐만이 아니라 양식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4차산업이 된다. 양식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

-2015년 연구원이 부산으로 이전했다. 어떤 장단점이 있나.

▲부산지역에 크루즈터미널, 해양금융종합센터, 수산물 도매시장 등 해양수산 유관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부산에 밀집되어 있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하고, 현장·실무 위주의 효율성 있는 정책연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부산 이전에 따른 기대효과다.

특히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대학교, 국립해양조사원 등 해양수산 관련 학·연 기관들이 모여 있어 이들 기관과의 학·연 협력을 통한 연구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연구진들의 잦은 출장과 이동시간의 증가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피로도가 높아지고 시간의 제약이 많다.

KMI가 속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의 연구소 27개 중 4개를 제외하곤 모두 세종에 있다. 여기서 회의가 많이 이뤄지는데 점심 때 모이자고 하면 우리는 새벽에 출발해야한다. 우리는 세종시 가려면 한 나절이 걸린다.

동시에 세종시에 있는 연구원들은 각 해당 부처와 협의하기에 수월하다. 각자 세종시에 있으니까 바로 모이면 된다. 우리는 이때도 새벽에 나와야한다.

간부나 원장은 경제사회인문연구회 회의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뺐기고 연구원들은 세종시에 있는 해당 부처와의 협의 때문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쓴다. 엄청난 손실이다. 예컨대, 세종시에서 한 달에 5번 정도를 회의를 한다면 5일을 없애버리는 거다. 일하는 날이 한 달에 20일에서 15일로 준다.

그래서 세종시 밖에 있는 4개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분원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센터'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상주 개념이 아니어서 여전히 불편할 것이다. 시간 빌 때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정도지 그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역시 화상통화인데 보안문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환경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동거리가 좀 더 멀다는 것뿐이다. 다른 연구원에 비해서 업무 효율을 더 내야한다. 다른 연구원이 100을 한다면 우리는 120을 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연구원보다 더 많은 효율을 낼 수 있기 위해선 연구 방식을 바꿔야한다.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예정이다.
연구 효율성 제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다. 또한 세종시나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 숫자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의 참석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서류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봐야한다.

*양창호 제 9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약력 △61세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분석실 실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기획재정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상위평가위원 △해양수산부 책임운영기관운영심의회 위원장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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