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바른 길이다
2016.12.06 17:19
수정 : 2016.12.06 17:19기사원문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들끓고 곳곳에서 '탄핵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방송에 출연했다. 모든 출연자가 탄핵반대 발언 일색이었다. 너무 격앙된 분위기라 조금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결과를 지켜보자. 탄핵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헌법에 정해진 절차 아닌가. 국회가 바르지 못한 동기에서 탄핵을 추진했다면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다. 헌법에 따라 순리대로 풀릴 것이다. 대략 그런 요지였다. 그게 '탄핵 찬성'이라는 말로 왜곡되어 전파되기 시작했다. 당시 근무하던 신문사 전화통이 불이 나고, 협박성 e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나는 노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이 아니다.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충실히 따를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국회의 탄핵 의결이 부당하다면 국회의 정치적 책임을 물으면 되고,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그 부당함을 철저히 따지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탄핵 제도는 국회와 헌재가 상호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를 충실히 따를 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은 그해 총선에서 몰락 직전까지 갔고, 헌재는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 대통령의 선거법 등 위반은 인정되지만 대통령직을 박탈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국회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발의한 탄핵안을 헌재가 합리적으로 제어한 것이다.
이번에도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하다. 누구 말대로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이라도 재직 중에는 형사기소를 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탄핵은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에 대한 유일한 민주적 징벌장치이다. 스스로 하야하지 않는 이상 탄핵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역사적 전범을 만들기 위해서도 탄핵은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으로 우리 헌정사에는 중요한 선례가 만들어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되는 탄핵의 기준이 세워질 수 있다. 후세의 권력자들에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오히려 탄핵이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본인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심이나 사욕 없이 모든 것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했을 뿐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해 쏟아지는 언론보도나 검찰 수사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탄핵소추안 역시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툴 수 있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와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이상 숱한 의혹의 사실 여부가 어느 정도 가려질 것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경우가 그랬다. 탄핵발의가 확실해지자 국회의 뜻을 확인한 닉슨은 스스로 권좌를 내려왔다. 헌재 심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날 경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퇴진일정을 제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혹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명예회복이 될 것이다. 어느 경우든 헌법적 절차를 충실히 따를 때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가장 질서 있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