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신의 손'..공무직노조 간부, 채용 미끼 2억6천만원 꿀꺽

      2016.12.21 12:00   수정 : 2016.12.21 16:43기사원문
#박모씨(54·여)는 지난 2012년께부터 서울 노원구에서 ‘신의 손’으로 통했다. 박씨에게 3000만원만 주면 구청과 시청 ‘공무원’으로 뽑힌다는 소문이 동네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구청 공무직 직원이자, 수년간 공무직 노조 간부로 지내면서 구청 공무원, 구의원 등과 잘 알고 지냈다. 박씨는 지인들에게는 “윗선에 돈만 주면 청소과, 녹지과든 원하는 곳에 넣어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 구청에 다니는 사람 몇몇을 자신이 꼽아준 사람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전·현직 공무원 등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박씨에게 돈을 주고 자녀, 사위의 취업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공무원이 되지 못했고 건넨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


자녀 등을 공무원으로 임용시켜 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현직 공무원과 구의원 등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박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2년부터 올 2월까지 “서울시청과 구청 소속의 공무직 직원으로 채용시켜주겠다”며 10명으로부터 2억6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박씨는 최근까지 구청 공원녹지과 공무직(무기계약직) 직원이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서울지역 공무직 한 지부의 간부로 일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구청 소속 직원 일부를 거론하며 “구의원에게 돈을 줘 채용 시켰다”며 “돈을 주면 구청이나 시청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 또 수년째 노조 간부로 활동한 박씨는 “현직 공무원, 구의원 등과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피해자들은 본인이나 자녀 등의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 1회에 3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박씨에게 전달했다. 피해자 중에서는 박씨와 같은 구청에 재직한 현직 공무원과 전직 공무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피해자들이 채용이 되지 않아 박씨에게 항의를 하면 “내 목을 걸고 윗선에 이야기를 해뒀다”며 “지금 이 사실이 밝혀지면 노원구 전체가 흔들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가 구청 등에 이들의 채용을 성사시킨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피해자들 사이에서 구청 직원 일부가 박씨에 의해 채용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박씨가 채용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지위기 때문에 특정인의 채용 비리가 있었다면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피해자들과 거래과정에서 유독 현금만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가 현금을 누군가에게 전달했거나 사용 용도를 감추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단독범행으로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박씨를 상대로 공무원, 구의원 등의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박씨에 의해 실제 구청에 채용이 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해 수사중이고 제3자의 개입 가능성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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