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유희관 ‘한화의 희망’ 하주석, 29일 팬사인회
2016.12.28 17:33
수정 : 2016.12.28 19:22기사원문
'느림의 미학'과 '느림의 해결사'. 두 상반된 카테고리가 서울 효창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더그아웃 쇼' 팬사인회에 뜬다.
'느림의 미학'은 두산 투수 유희관(30). 시속 130㎞의 느린 공으로 KBO 리그서 4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느림의 해결사'는 한화 유격수 하주석(22). 한화는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도루(64개)를 기록했다. 1위 넥센(154개)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하주석은 느림보 군단 한화의 새로운 희망이다.
비록 풀타임 첫 해인 올 시즌 5개 도루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퓨처스 리그서 도루왕(41개)을 차지한 빠른 발의 소유자다. 올해엔 볼넷 수(18개)가 적어 출루율(0.323)에서 손해를 봤다. 내년 시즌 선구안을 보안해 출루율을 높이면 덩달아 도루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빠른 발은 결코 숨겨지지 않는다. 루상에 자주 나가면 질주 본능은 금세 되살아날 것이다. 하주석의 발이 제대로 풀리면 한화는 더 이상 느림보 군단에 머무르지 않을 전망이다.
유희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엔 무려 18승을 올렸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최종전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가장 빛난 시즌의 대미는 최동원상 수상으로 마무리됐다.
유희관의 느린공은 그냥 느린공이 아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은 스피드, 공 끝, 컨트롤 이 세 가지로 평가 받는다. 유희관의 직구는 스피드에서 뒤질 뿐이다. 공 끝과 컨트롤은 모두 특급투수로 손색없다. 느리게 느껴지는 그의 공에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다. 공 끝이 좋다는 것은 회전수를 말한다. 회전이 많으면 타자의 눈에는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느리기만 해서는 타자의 매서운 눈을 견디지 못한다.
유희관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올라 있다. 김광현(SK)의 부상으로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번 팬사인회는 국가대표 선수를 미리 만나볼 소중한 기회다.
하주석은 시즌 내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한화의 새 희망이다.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춘 흔치 않은 유격수다. 이미 군복무(상무)를 마쳐 홀가분하게 야구에 전념할 수 있다. 올 시즌 타율 2할7푼9리, 홈런 10개, 타점 57개를 기록했다. 흠이라면 실책 수(19개)가 좀 많다는 점. 그러나 1군 첫 해의 성적으론 충분히 합격점이다.
유희관과 하주석은 둘 다 서울에서 고교를 나왔다. 유희관은 장충고, 하주석은 신일고 출신이다. 하나 같이 야구 명문고들이다. 이들 둘은 29일 오후 5시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야구팬들과 만난다. 지난 23일 삼성의 김상수, 구자욱에 이은 두번째 '더그아웃 쇼' 출연자들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김상수와 구자욱은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의 실내와 계단을 야구팬들로 가득 채웠다. 서울의 야구 명문고를 나온 유희관과 하주석의 사인회에는 얼마나 많은 팬들이 몰릴지 궁금하다. 유희관, 하주석 외에도 강민호(롯데), 구자욱(삼성), 나성범(NC), 오지환(LG), 이대형(KT) 등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진을 전시.판매하는 '더그아웃 쇼'는 내년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