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 "산업·노동 구조조정, 수출 시장 다변화해야 내수·수출 복합불황 탈출"

      2017.01.03 17:37   수정 : 2017.01.03 20:05기사원문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부진과 함께 내수도 둔화되는 복합불황 국면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유 원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대외적으로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주요 수출시장의 무역장벽 증대로 인한 수출환경 악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내수는 정치·사회 불안정 고조로 인한 경제심리 약화로 내수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원장은 특히 "미·중과 한·미 통상마찰 등 불확실한 대외적인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시장다변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산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분명한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해 정책 혼선을 막고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며 "기업, 정부, 노조, 정치권 모두가 선제적 구조조정 원칙에 공감하고 협력해야 국내 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경쟁력 강화는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유 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한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부진과 함께 내수도 둔화되는 복합불황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우선 수출은 세계경기 회복 미약으로 인한 주요 산업의 공급과잉 현상 지속, 미국의 금리인상에 의한 아시아 등 개도국 경제성장 둔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따르는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무역장벽 증대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돼 부진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수 부문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르는 금융조건 악화와 부동산시장 수급조정 등으로 부동산경기 둔화, 정치·사회 불안정 고조로 인한 경제심리 악화로 투자와 소비부진 양상이 심화돼 내수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올해도 산업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고용불안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신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미 신행정부 통상정책의 특징은 다자간 통상협상보다는 양자간 협상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정부가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중단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미국에 대한 주요 무역흑자국인 중국 등에 대한 통상압력을 매우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중 통상마찰이 심화되고 한국에 대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제품의 안정성 강화, 지식재산권 제소와 같은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TPP 협상 중단은 일본의 상대적 이익을 약화시켜 국내 산업에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NAFTA가 약화되면 북미시장 진출을 목표로 멕시코, 브라질 등에 투자한 가전 등 국내 산업은 피해를 받게 된다. 특히 미·중과 한·미 통상마찰이 악화될 경우 국내 수출 주력산업 대부분이 피해를 보게 된다. 대미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산업 등이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중국의 대미 수출 부진으로 중국에 대한 국내 각종 원부자재와 자본재 산업 수출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의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에 대해 먼저 한·미 경제 호혜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한·미 경제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이 무역흑자국이긴 하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이로 인한 미국 고용 증가와 같은 미국 경제이익 증대 효과를 분석해 제시해야 한다. 대미 수입 증가와 서비스시장 개방 확대, 한·미 간 투자협력 증대와 같은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 미·중 통상마찰 격화로 인한 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이외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시장다변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세계화 추세인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내 수출장벽을 높이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수출부진은 국내 산업경기와 기업경영을 악화시켜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결국 실업 증가와 성장률 하락을 유발하게 된다. 다시 말해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내수기반이 취약한 국내 경제 특성상 수출부진은 성장둔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수출대기업의 업황 악화, 투자감소, 고용부진, 내수위축, 성장력 약화로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수출 증대를 통한 해외유동성 확보는 에너지원 확보와 대외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거시경제의 안정성 증대 등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수출부진이 심화되면 외화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져 대외충격에 대한 대응력도 크게 약화된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실업난이 심각해지는데 산업계의 대책은.

▲구조조정에 따르는 실업률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노사협력을 통해 구조조정에 의한 실업증가를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비용 문제가 국내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 약화 요인이기 때문에 노사가 공동으로 임금 등을 조정해 최대한 노동비용을 축소하고 그만큼 고용안정을 위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 실직자에 대한 직업재훈련 교육 등을 통해 직업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업전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사업과 관련된 다른 유망사업으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향후 유망사업 분야를 선정해 새로운 사업분야로 전환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기업들의 원활한 사업구조조정과 신사업 전환을 위해 기업활성화법이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나 기업이 이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우리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 세 가지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첫째는 신사업 창출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수 있도록 기존 제조업이나 사업 중심의 각종 인허가 등 과잉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철폐해 나가야 한다. 두번째는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바꾸는 노동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산업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국내 교육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특히 대학 교육체제를 국가 산업인력 수요에 맞춰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산업 구조조정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 구조조정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상황에 적합한 산업 구조조정의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로 인한 국내 산업의 공급과잉과 업황부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시대적 특성을 지닌다. 생존한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성공하는 길은 분명한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해 정책 혼선을 막고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번 구조조정의 근본목적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고, 기업은 이제 앞으로는 절대 정책지원자금으로 연명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감한 사업재편과 경영혁신에 몰두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부흥기를 일으킨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상 국내 제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조립가공 상태에서 벗어나 핵심부품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지금의 제조업 위기를 기존의 비효율적인 생산과 사업방식 그리고 기존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업구조와 효율적인 사업방식을 도입하는 최상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급변하는 대외여건 속에서 수출을 늘리려면 대상과 경로를 보다 더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우선 제품의 다각화가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완제품 중심의 수출물량 증대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활동을 전개하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부응해 제품기획에서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제품의 부가가치사슬 구조상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수출증가세가 높은 화장품, 음식료품, 의약과 같은 고급 소비재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하고 의료, 문화예술, 유통과 같은 서비스업의 수출산업화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중소 벤처기업의 수출역량을 꾸준히 높이는 한편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확충해 다중의 수출경로를 확보하는 일도 매우 다급한 과제다. 이에 더해 현지 통상정보 제공과 같은 지원을 단일창구 체계로만 해도 기업의 수출대응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인구절벽에 따른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은.

▲인구절벽은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을 하락시킬 위험을 높여준다. 특히 국내 산업 근로자의 고령화를 유발해 고비용·저생산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구절벽 문제는 여러 여건 변화를 고려해 대응하는 종합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과잉공급에 의한 구조조정 압력 증대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기술 변화를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함께 고려해 인구절벽에 의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제조업 혁신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조업의 혁신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주도해나갈 만한 역량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과정에서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국내 제조업은 앞으로 보다 더 글로벌 부가가치 구조상 고부가가치 분야를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제품과 사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약력 △57세 △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사, 석.박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초빙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전무)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속발전분과장(현)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위원(현) △산업연구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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