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보다 선거시기 조정이 시급.. 대선·총선 같이 치러야"

      2017.01.04 17:47   수정 : 2017.01.04 19:04기사원문
2016년, 정치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이 극에 달했지만 이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때도 없었다. 퇴근 후 '치맥'을 하면서 '오늘은 또 뭐가 나올까' 저녁 뉴스를 챙겨 보는 신(新)풍속도가 생기고, 찜질방.터미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으레 틀던 채널이 드라마에서 청문회로 바뀌기도 했다. 영화보다 더 재밌고, 더 극단적인 현실 탓에 영화 제작을 접었다는 한 유명 영화감독의 고백은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우리가 내부 사건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 국제관계는 한층 역동적으로 재편됐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4강은 '스트롱맨'들로 채워졌다.


대통령이 흔들리면서 외교 공백도 빚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가장 먼저 날아가 눈도장을 찍는 동안 우리나라는 정상급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잡음 속에 결정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일본군 위안부 협상,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을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이제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 탄핵을 넘어 개헌 논의로까지 연결되는 모양새다. 미래 권력에 대한 도전에 나선 이들도 세차게 꿈틀대고 있다.


사회=노동일 경희대 교수
토론자 (가나다順)
구본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김주현 前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염주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상봉 前 산업연구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중요한 시기, 대한민국의 비전을 꿈꾸며 한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강해진 가운데 정치권마저 불확실성을 드리우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을 깨부수고 그 자리에 생산적 정경협력이 자리잡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파이낸셜뉴스 염주영·구본영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은 끝까지 죄가 없다면서 대리인단을 통해 맞설 태세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치다보니 대통령의 조기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반대로 헌재 결정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대통령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약이 오를 정도로 판결 바로 직전에 그만둘 수도 있다. 대통령은 특검이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 지금 특검은 역대 특검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검찰 권한을 그대로 받았다. 이걸 청와대에서 감지를 못하더라.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미래 권력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을 지지하던) 정치 권력이 사라지고 법적 한계가 오면 타협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구본영 논설위원=최순실 국정농단은 '깜도 안 되는' 인물이 권력을 사유화한 초유의 사태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로 탄핵절차를 밟고 하야할 때 하면 된다. 법대로 하면 된다. 탄핵정국이 소프트랜딩(연착륙) 하려면 헌재에 어떤 형태의 압력도 넣으면 안 된다.

▲박 원장=중요한 게 있다. 많은 사람이 최순실을 한낱 '강남 아줌마'라고 깎아내리는데 그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이다. 권력을 갖기 위해 조직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짜 결국은 권력을 잡은 거다. 비정상적으로 권력을 잡은 거다.

―최순실 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

▲박 원장=권력 사유화도 정도껏인데 이건 완전 1970~1980년대에도 못 보던 비리다. 그동안 국민들 수준은 굉장히 올라갔다. (정치권과 국민 간) 간극이 심하게 벌어진 거다. 1987년 헌법 개정할 때는 국민이 직접 뽑고 5년 단임제 하면 민주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집착했다. 대통령한테 제왕적 권력을 실어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당시엔 못했다. 대통령 권력이 국회로 흘러들어서 국회를 휘두르고, 대법관 할 사람도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명단이 가야 가능한 상황이 됐다. 지방자치도 말만이지 실상은 중앙통제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헌법이다. 최순실이 이런 부작용의 꽃을 피워버린 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직접원인과 간접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지적됐는데 해결을 안했다. 두 번째는 언론과의 전쟁이다. 언론을 억압한 게 화가 됐다. 세 번째로는 불통 리더십이다. 간접적 원인은 이보다 더 중요하다. 정유라 사건으로 '학력사회'의 신화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옛날부터 '엘리트'의 덕목은 '배운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배웠다는 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화'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득권층이 이런 신화마저도 마음대로 주무르더라. 공정성이 기반이던 '학력사회'의 신화가 붕괴될 조짐이 보인다. '학력사회'로 차별받은 95%의 불만이 터져나온 거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권위 자체를 인정하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사유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는 자연스럽게 정경유착 문제로 이어진다. 경제이자 정치 문제다. 수십년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정경유착을 막을 방도가 있을까.

▲박 원장=지금까지 대기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래서 서민들은 참았다. 그런데 이제는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도 그렇고 산업구조도 질적으로 바뀌었다. 대기업 제조업 비중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해졌다. 이젠 중소기업 단위로 가야 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야 한다. 관의 역할이 대기업 지원에서 중소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 소장=정경유착은 정부가 가진 규제권한 때문에 발생한다. 규제에는 방어적 규제와 창의적 규제가 있다. 일본 같은 나라는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자국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방어적 규제를 했다. 방어적 규제는 대체적으로 국내 기업에 유리하다. 그런데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방어적 규제가 사실상 기업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창의적 규제다. 밖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내 규제를 푸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방어적 규제의 관점에서 규제를 했다. 이젠 창의적 규제로 가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도덕성을 찾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 규제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가 주도한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를 기업이 하나씩 맡고 있다. 코미디다. 정부 주도의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이해관계가 자꾸 얽히고 특혜가 발생하는 거다. 정경유착은 정부가 갖는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로 기업이 얻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기업의 목을 죄는 인허가권을 정부도 이젠 놔야 할 시기가 됐다. 기업들도 투명성, 진정성이 경쟁력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기업하는 행태나 정부 경제운용 행태를 둘 다 바꿔야한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도 잘 풀렸으면 정경유착에 대한 견제도구로 사용됐을 텐데 타이밍이 아쉽다.

▲염주영 논설위원=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 긍정적 신호를 읽었다. 의외로 10~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공정사회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해진 것이다. 그동안 표출되지 않았던 공정사회에 대한 불만이 이번 기회에 조직적.집단적으로 나왔다. 정경유착을 완화시키고 공정사회를 끌어가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보다는 권력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협력과 유착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돈을 주더라도 기업 이사회 결의를 거치는 등 절차를 투명하게 하면 되지 않나.

▲박 원장=당연하다. 정경유착은 안 되지만 정경협력은 해야 한다. 정경이 협력해서 할 일이 많다. 무조건 헤어지자는 건 아니다.

▲구 위원=미국에서도 트럼프 당선자가 에어포스원이 너무 비싸다고 하니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반응했고, F35 비싸다고 하니 단가 낮추겠다고 하지 않나. 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도 선의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정부 개입도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하면 오히려 선의의 개입이 될 수 있다.

▲진 소장=권력과 기업 간 힘의 균형이 생기면 절대 일방적으로 돈 달라고 못한다. 우리는 그동안 기업이 커오면서 지대추구 행위를 했기 때문에 밸런스가 안 맞았던 거다. 이번 사건이 정경 간 밸런스를 점차 가져갈 수 있게 만들고, 투명성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거다. 역사에 권력·기업 간 균형이 생길 정도의 사건이 계속 발생해야 한다.

―탄핵국면, 개헌 논쟁이 한창이다. 개헌이 필요한가. 개헌을 한다면 내용은. 시점을 두고도 지금이냐 다음 대통령이 하느냐 의견이 엇갈리는데.

▲진 소장=개헌보다 선거시기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해에 할 필요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든 대통령제든 의회가 견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게 안정적이진 않다. 4년 중임, 5년 단임 이런 형태보다 시기부터 조정해야 한다.

▲김 전 원장=절차적으로 대통령 탄핵국면인데 지금 개헌 논의를 얹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대선, 총선, 지방의회 선거 전부 다른 시기에 이뤄져서 혼란스럽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 일정만 조정하면 되는 문제다. 대통령이 임기가 짧을 땐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 5년 단임제인데 중간에 (국회의원)선거 하는 건 정권을 흔들 뿐이다. 중임제 등 형식에 대한 논의는 그다음이다.

▲박 원장=개헌 성공하려면 △국민과 정치권이 원해야 하고 △통치제도에 대한 단일안이 나와야하며 △현직 대통령이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 지금은 세 개 다 안돼 있다. 다음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고 해야 한다.

▲구 위원=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국민들은 양가적 감정을 갖는다. 대통령 임기 말이면 사건사고가 나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메시아적 대통령을 바라기도 한다. 저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건 100% 찬성한다.

―개헌을 한다면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중임제 등 여러 대안 중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할까.

▲진 소장=우린 내각제는 절대 안 된다고 본다(웃음). 내각제는 권력에 대한 바게닝(협상)이 가능한 사람들이 해야 성공한다. 지금처럼 여당이 모든 걸 다하려고 하는 구조에서는 협치를 할 수가 없다. 한 당이 권력의 분절현상을 두고 틀림없이 싸울 거다. 그러면 의석 수 20~30% 가진 정당이 항상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고 1년 만에 총리가 계속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각제에는 찬성 안 한다. 대선, 총선 시기 조정을 먼저 하면 좋겠다.

▲구 위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내각제가 금권정치, 정경유착의 원흉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분권형으로 가면? 대통령 권력이 줄고 의회 권력이 비대화됐지만 문제 해결이 안되지 않았나. 여소야대가 아니라도,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되는 게 없었다. 당론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숙의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선 선출방식을 바꾼다든지 현행 의회 구조도 바꾸고, 독일처럼 수시로 합종연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됐다. 유엔 사무총장 역임자가 정부직을 맡으면 안 된다는 결의안도 있다. 선거에 나오는 것이 바람직한가.

▲박 원장=바람직하진 않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한 수준 높은 인물이 지금 어느 정당에 갈지도 분명하지 않을 정도로 메시지 관리가 안 된다. 지금 한국 정치적 상황에서 배출되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맞다고 본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한국 정치 발전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지만 짧은 기간 선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땐 반 전 총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 위원=결의안이 절대적 제약조건은 아닌 것 같다. 반 전 총장이 메시아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다.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다만 사무총장 이력이 현실정치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는 예상이 힘들다.

―결국 보수가 쪼개졌다. 대선 때도 별다른 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신당이 보수 세력을 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박 원장=새누리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 새로운 보수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이들도 결코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부분을 얼마만큼 벗어나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한 축이 됐고,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새누리당도 한 축이 유지될 것이다. 제3지대에 국민의당이 존재한다. 여기에 보수신당이 반기문을 타고 물타기로 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새로운 중도보수당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민주당-국민의당 야권 두 개 축이 있고, 새누리당-보수신당 여권 두 개 축이 생길 수도 있다. 분열된 대선이 될 거다.

▲진 소장=보수신당 자체로 독립성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내 정치지형이 4대 정파로 갈라질 것이다. 우선 '친박이 아닌 보수'를 중심으로 물갈이 된 보수진영이다. 개혁보수신당이 그 걸로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두 번째는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386 친노다. 세 번째는 안철수 그룹, 구민주당 출신 호남 지지세력이다. 여기에 새로운 그룹이 등장한다. 기득권 정치에 불신을 갖고 있는 30% 정도. 어떤 그룹도 독자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 개혁보수가 손잡아서 제3지대를 만들어야 경쟁구도가 된다. 혹은 더민주와 제3지대 경쟁구도가 되면 한국 정치는 새로운 양당 구도를 가질 수 있다. 양당 구도가 가장 바람직하다.

―국제관계도 시시각각 바뀐다. 그중에서도 미·중 관계에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 사이가 매끄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처신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진 소장=맞다. 트럼프가 대체적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세게 말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 제품에 45% 관세 부과 등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선 시장왜곡 현상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부과하는 관세만큼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거다. 이 경우 다른 물가도 같이 올라갈 수 있다. 이걸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한다. 당분간 레토릭으로는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이런 압력이 역으로 미국 내 시장왜곡 현상을 가져와 결국 1년 하다 못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본다.

▲김 전 원장=트럼프는 자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장사꾼이다.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적 이슈도 최종안이 아니라 협상을 위해 던지는 거라고 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사안에 대해서 그렇다. 미국의 제일 목표는 어쨌거나 자국 경제진작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도 살펴야겠다. 야권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유보하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라면서 현 정부 정책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밀고 나간다는 입장인데.

▲진 소장=국민 70%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 야당도 조금씩 신중한 입장으로 변하고 있다. 미군이 자국군 보호를 위해 배치하겠다는 것이니 사드 배치는 진행될 거다. GSOMIA는 야당도 1년은 해보자고 한다. 위안부 합의는 어려운 과제이고, 모든 사람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다. 지금은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지만 정권 잡는 순간 전임자가 '독 든 성배'를 마셔줘 고맙다고 할 거다. 상대방이 있는 협상이라 전면 재협상은 힘들다. 후속조치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화해.치유재단에서 지급하는 돈을 현재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 39분 중 33분이 받으셨거나 받기로 했다. 대세가 기울었다. 돈은 돌려줄 수 없고, 결국 해결되는 국면으로 간다고 본다.



―중요한 문제다. 국정교과서야 내부 문제지만 사드나 위안부 협의, GSOMIA는 상대가 있는 문제여서 야권에서도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박 원장=역설적으로 황교안 대행 체제에 야당이 적응할 필요는 있다. 대행이라는 것이 현상유지 이상의 것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대행 입장에서 야당 말대로 하자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아닌가. 형성적인 권한 행사가 되는 것이니까. 야권에서는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할 수 있다.

▲구 위원=국정교과서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건 상대가 있는 만큼 야당이 뒤집으려면 대선공약으로 내놔서 여론을 보고 해야 한다. 황교안 과도 체제에서 뒤집기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거다.

▲염 위원=사드나 GSOMIA, 위안부 합의는 대단히 폭발력이 큰 이슈다. 아직은 향방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인데 그걸 가지고 변경을 시도하면 안 된다. 특히 야당이 이런 문제를 경제와 연관지어 경제쪽 힘을 분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외교적 현안과 경제는 분리해야 한다.

▲김 전 원장=외교-경제라기보다 내치-외치를 분리해야 한다. 차기 정권이 어느 쪽으로 가도 대외 측면에서 해당 이슈들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될 거다. 사드 이슈는 합의된 대로 정부가 추진하면 보수가 정권을 잡건, 진보가 정권을 잡건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지금 뒤집어서 미국이랑 새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아껴두는 것이 좋다. 일본 문제는 과도기 상황에서 관리 체제로 가면 된다.

―험난한 1년을 지냈다. 2017년에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김 전 원장=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대통령도 문제였지만 중간에 이를 제어한 국회도 큰 문제였다.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뿐 아니라 국회의원이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당론은 탈피할 때가 됐다. 의원들이 개개인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국회 의사소통 절차가 바뀌어야 한다. 경제는 관 주도로 가면 안 된다. 정부에서 뭘 하겠다고 녹색성장, 창조경제 이런 걸 들고 나오면 안 된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수단을 활용해 인재를 육성한다든가 세제를 어떻게 만들 건지 그런 민생에 도움 되는 역할을 정부는 해야 한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정치 ,관료, 기업 모두가 다 자기 역할만 하면 되는데 욕심을 부려서 월권이 된다. 2017년은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결국은 구조조정이 답이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구조조정을 시도하다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잘 안 되니까 TPP를 통해 하려고 한 것이다. 농업, 노동 등을 개방해 구조조정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를 떠나서 어차피 수출이 부진한 것도 구조적 요인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 고생산성 세대가 빠지면서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도 내려갔다. 제조업 성장률은 떨어지고 생산성도 떨어지는데 아직 서비스업이 이걸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지금 산업 경제에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동개혁 등 해야 할 것이 많다.
정부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앞만 보고 가야 한다. 정부 역할은 거기까지다.
욕심내지 말고 중심을 잡고 각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리=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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