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비아' 韓 산업계 강타 조짐

      2017.01.10 16:29   수정 : 2017.01.10 16:33기사원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각개격파식' 통상 압박의 여파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트럼프 정부의 직접적인 압력은 없지만 주요 수출지역인 북미 시장의 타격을 걱정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내 공장 이전 움직임에 나서는 가 하면, 부품업체들도 '도미노 이전'을 우려하며 추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가 연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앞세워 미국내 생산시설 이전을 압박하면서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미국 본토보다 인건비 등 원가가 저렴한 멕시코 공장의 이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염려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멕시코 지역 추가 투자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아직까지 한국 기업에게 직접적인 생산시설 이전이나 투자를 요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미국 기업 외에도 자국 수출 비중이 큰 토요타 등 해외 기업들도 타깃이 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의 엄포가 현실화된다면 향후 북미시장을 염두한 멕시코 투자마저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기업 가운데 북미시장 의존도가 높은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미국내 생산기지 건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냉장고 등 가전공장도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게레타로 지역에서 운영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직접적인 투자 요청은 아직까지 없다"면서도 "향후 대미 수출시장을 고려해 미국내 가전공장 신설을 검토중인 건 맞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테네시주 등 2~3곳을 미국내 유력 후보지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미국내 세탁기 공장 건설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내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중이며, 올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며 현재 80% 정도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부품기업들도 고객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효성은 작년 634억원을 투자해 멕시코에 에어백 쿠션 2공장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공장은 2021년 가동 예정이다. 효성은 미국내에는 타이어코드 공장과 에어백용 원사 공장 2곳을 운영중이다.

효성 관계자는 "멕시코는 글로벌 완성차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이라 일괄 납품의 이점 등을 고려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며 "현재로서는 고객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멕시코 코아우일라주에서 에어백 쿠션 공장 생산에 들어간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도 "아직 트럼프 정부의 통상 규제가 확정된 게 아닌 상황이지만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내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자원개발 부문인 E&P사업 본사를 서울 서린동에서 미국 휴스턴으로 옮겼다.
SK이노베이션은 최동수 대표를 포함한 전략, 기획, 성과관리, 인력관리 기능이 이달 중 비자를 받는대로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지에서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성과를 빠른 시간안에 달성하기 위해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강환국 KOTRA 과장은 "트럼프는 강경파로 알려진 로스, 나바로, 라이시저 등을 중책에 임명해 특히 트럼프 임기 초반에는 강력한 통상압력이 전망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이를 견뎌내기 위해 신규 공장 설립, 현지기업과의 제휴, 전략적 M&A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기석 이정은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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