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보조출연 알바' 보증금 떼먹는 악덕 상혼
2017.01.18 17:34
수정 : 2017.01.20 15:11기사원문
영화나 드라마에 잠시 등장하는 행인이나 손님, 가게 직원, 병사 등의 역할을 맡는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는 이른바 ‘꿀알바’로 불린다. 카메라에 자주 잡히지 않고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보조출연을 하면 유명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촬영장 분위기도 체험할 수 있어 청년들이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돈을 떼먹는 경우가 있어 알바생들을 울리고 있다.
■출연 날짜 잡히면 연락 준다더니..
대학생 김지영씨(가명)는 지난달 겨울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알선업체 O사에 연락했다. O사 직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매 시간 30분 간격으로 면접이 있다며 시간에 맞춰 회사에 오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O사를 찾은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씨처럼 면접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김씨는 O사 직원 설명을 듣고 근로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에는 촬영시 최저시급의 임금을 지급하되 해당 금액은 본인이 출연한 뒤 2개월 지난 첫째주에 준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계약서에는 계약이행보증금도 있었다. 출연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무단이탈할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 명목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3만원을 받는데 계약과 동시에 납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0회 이상 출연 후 본인 요청이 있거나 15회 이상 출연 신청을 했으나 출연 날짜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을 100% 환급해준다고 돼 있었다. 한두 번만 출연하고 말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별 의심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고 O사는 출연 날짜가 잡히면 연락을 준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O사에 몇 차례 문자를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고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자 자신처럼 O사에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가 보증금 3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보증금은 불법.. 관계당국 대응 소홀”
청년유니온 자문을 맡고 있는 이기중 노무사는 “근로계약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겠지만 근로계약서를 썼다면 근로기준법상 금지 조항에 따라 위약금 목적의 보조금은 불법”이라며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을 묻겠다고 금액을 적시하는 것도 금지 조항 위반인데 아예 돈을 미리 받는다면 더 문제가 된다. 형법상 사기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김씨와 같은 보조출연 알바 관련 피해사례가 많지만 개인당 피해액이 3만원에 불과해 관계당국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노조 관계자는 “1인당 피해 금액이 적다 보니 신고를 해도 경찰이나 노동부 근로감독관 다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며 “O사 같은 회사에만 하루에 100명 가량 찾아간다고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300만원을 버는 셈이고 한 달로 따지면 1억원에 육박한다. 말로는 보조출연 자리가 생기면 연락 준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다 구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돈만 챙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수 피해자들이 피해 입은 금액이 3만원이어서 돌려 받는 법을 알아보다 번거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돈을 떼먹는 업체들이 폐업한 뒤 이름만 바꿔 다시 같은 수법으로 알바 구직자들을 모집하는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