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터널'에 갇힌 한국경제.. 작년 4분기 성장률 0.4%
2017.01.25 17:28
수정 : 2017.01.25 17:28기사원문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하며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렀다. 지난해 4.4분기(10~12월) 분기기준 성장률도 0.4%에 그쳐 5분기 연속 0%대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내수 동반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투입과 부동산시장 호황만이 위태롭게 경제를 지탱했다.
한국은행도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의 사상 첫 2%대 하향을 시사하고 나서 저성장 고착화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재정이 방어한 성장
한은이 25일 발표한 '2016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7%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 속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건설투자가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무려 11.0%로, 3.9%를 나타낸 2015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1993년(11.9%) 이후 2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정부도 지난해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집중 투입하면서 성장률 하락을 방어했다. 정부 소비는 2015년 3.4%에서 지난해 3.9%로 1년 만에 0.5%포인트 올랐다. 2009년(5.2%)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민간소비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임시공휴일 지정 등 정부의 소비진작책으로 인해 2.2%에서 2.4%로 올랐다.
반면 기업들이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면서 설비투자는 2015년 5.3%에서 지난해 -2.4%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7.7%) 이래 7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오히려 성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정부재정과 건설투자가 우리 경제를 간신히 떠받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1.6%포인트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높았다. 1995년(2.0%포인트)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0.4%로, 3.4분기(0.6%)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2015년 2.4분기와 같다. 분기성장률은 2015년 4.4분기(0.7%)부터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올해 성장 하방압력 가중되나
특히 올해는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산적해 경기 하방압력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정부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2.6%, 2.5%를 제시한 가운데 일부 대내외 연구기관은 2%대 초반까지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건설투자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이미 직전 4.4분기부터 건설경기 증가세는 둔화되는 조짐을 나타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건설경기 증가율은 -1.7%로, 3.4분기(3.5%)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은도 지난 13일 '2017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건설투자가 증가율이 4.3%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초부터 서민생활과 밀접한 '밥상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민간소비도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전체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지난해 3.4분기 0.5%에서 4.4분기 0.2%로 둔화됐다. 경기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지표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8)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악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2.2%) 대비 0.3%포인트 하향한 1.9%로 전망하고 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지난해 3.4분기 기준 0.7%에 불과해 돈을 쓸 여력도 없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현 3.0~3.2%에서 2%대로 하향할 것을 시사했다. 잠재성장률이란 생산요소를 최대한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또는 자본 등을 추가로 투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지만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사실상 여력이 없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터널'에 진입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현재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성장보다 분배보다 초점을 두고 있는 데다 신성장동력 발굴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별로 없다"며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성장률을 높이기는 사실상 어려워 잠재성장률도 2%대로 내려감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